파격 선보인 北 모란봉악단… 보수 지도층 반발에 수위조절?
입력 2012-12-30 19:58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파격 공연이 사라졌다. 보수적 지도층의 반발 때문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모란봉악단 데뷔공연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가슴선이 드러나는 형형색색의 무대복과 10㎝가 넘는 ‘킬 힐’을 신은 젊은 여성 10여명이 화려한 레이저 조명 아래에서 노래하고 연주했다. 팝송 ‘마이 웨이’를 열창했고, 할리우드 영화 ‘록키’ 영상과 미키마우스 캐릭터도 등장했다. 북한이 반세기 넘게 비난해온 미국 상업영화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나란히 앉아 관람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한 개혁·개방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공연은 첫무대가 끝이었다. 두 번째 무대부터 단원들은 화려한 무대복 대신 군복을 입고 등장했고 다양한 서구음악 레퍼토리는 체제 찬양 일색의 음악으로 채워졌다. 전자바이올린을 활용한 빠른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은 여전하지만 첫 공연에서 보여줬던 자유분방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나치게 개방적인 공연에 불편함을 느낀 북한 최고지도부나 보수층이 ‘수위 조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최근 자체 입수했다는 ‘김정은의 내부 발언록’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의 첫 공연을 보면서 칭찬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가 자본주의적 풍조가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