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사회상 담긴 사진·문서 등 200여점 공개
입력 2012-12-30 19:59
대한제국 말기 사회상과 근대화 초기 역사를 담은 희귀 자료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공개됐다.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은 28일(현지시간) ‘보스트윅 전시회’를 열고 1890년대부터 1910년까지 한국의 다양한 사회상이 담긴 사진과 문서 등 200여점을 공개했다.
이 사료는 근대 문물의 상징인 전차와 전기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미국인 해리 보스트윅(1870∼1931)의 외손녀 웬디 새들러(70)씨가 소장해 왔다.
공개된 두 권의 스크랩북에는 고종과 순종 사진을 비롯한 구한말 황실의 모습, 평민들의 풍속, 미국인들의 서울생활상 등이 담겨 있다. 또 서울시내 전차 및 철도 건설 현장과 인부들, 전차 운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통식 날 전차를 뒤집은 사고 장면, 서울거리에 처음 등장한 자동차 사진 등도 전시됐다.
‘시카고 데일리 뉴스’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콜로라도 스프링스 텔레그래프’ 등 당시 미국에서 발간되던 각종 신문에 소개된 한국과 한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보스트윅은 캘리포니아에서 철도건설 교육을 받은 인물로 한국에서 만난 헨리 콜브란(1850∼1922)과 함께 ‘CB 디벨럽먼트’란 회사를 차리고 구한말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고종황제(1852∼1919)는 주치의 호러스 앨런(1858∼1932)을 통해 알게 된 보스트윅과 콜브란에게 서울의 전차·전기·전화·상수도 가설권과 광산 채굴권 등을 부여했다. 보스트윅은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건설사업에도 참여했고 서울 체류 미국인들을 위해 호텔과 식당을 지었으며 은행도 운영했다.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는 새들러씨는 한인 강영혜(54)씨와의 인연으로 이 자료를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 소개하게 됐다. 새들러씨는 “외할아버지는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하셨고 외할머니가 그 사진들과 자료들을 모아 스크랩북으로 만드셨다”며 “어릴 적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고 외할머니가 주신 한국 전통자수 작품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할아버지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더 친절한 사람들’이라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