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예산’ 무엇이 담겼나] 0∼5세 전면 무상보육… ‘지자체 지원 확대’ 지역예산 부담 줄인다

입력 2012-12-30 19:41

당정의 내년 0∼5세 전면 무상보육 실시 합의를 통해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의 윤곽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는 MB정부가 추구했던 재정건전성보다 보편적 복지 확대에 더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0∼5세 전면 무상보육의 핵심은 소득 상위 30% 이상에 대해서도 시설이용료·양육보조금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은 복지 수급의 형평성과 재정건전성 추구를 위해 소득 상위 30% 이상 계층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무상보육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며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0∼2세 보육료 전 계층 지원에 소요되는 추가예산은 543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설 미이용 아동의 양육보조금 전 계층 지원 등 추가 재원 모두를 합하면 1조4000억원 정도가 추가로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고 보조율(현행 서울 20%, 지방 50%)을 서울 50%, 지방 80%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실제로 지출해야 할 금액은 모두 1500억원 정도에 그치게 됐다. 나머지는 국고보조금과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 등으로 충당키로 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인천시 등 몇몇 지자체는 올해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내년 예산으로는 6개월분만 편성하는 등 사실상 포기선언에 이른 상태였다.

이번 합의에 따라 균형 재정과 맞춤형 복지를 추구했던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새누리당의 정책기조도 180도 선회하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여전히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0∼2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 이후 보육시설 이용 영아(0∼2세) 숫자는 전년 65만명에서 78만명으로 13만명 늘어났다. 내년에도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추가 투입해야 할 보육료 지원 예산은 훨씬 많아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요가 출렁이기 때문에 당초 계산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며 “예산도 문제지만 ‘0∼2세 가정양육, 3∼5세 보육시설’을 권장하는 정책목표에도 맞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선정수 이영미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