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獨 경제의 힘은 강한 中企-대기업 상생… 철저한 시장 분담

입력 2012-12-30 19:35

“독일 경제의 힘은 강한 중소기업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6일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의 기업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미하일 글로스 전 독일 연방경제기술부 장관의 말처럼 독일 경제의 힘은 세계적인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독일의 중소기업이 있기까지는 대기업과의 상생, 정부 지원,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독일의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이 넘보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창업·융자 지원,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주력한다. 박 당선인은 “정부 지원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추구하는 경제정책도 독일의 정책과 맞닿아 있다. 독일은 전체 374만여개 기업 중 대기업이 1만5000여개다. 0.4%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전체 기업의 62%를 차지한다. 이들은 엄청난 투자비용과 높은 기술수준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372만개로 독일 전체 기업의 99.6%를 차지한다. 1350개사에 이르는 독일 중소기업들이 히든 챔피언(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 중소기업)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7%로, 대기업의 5.8%보다 높다. 독일은 미국, 프랑스, 한국 등과 비교할 때 유일하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은 국가다.

베를린에서 만난 듀스버그에센대 경제학과의 앙거 벨케 교수는 “독일에서 상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별개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소기업들은 부품산업이나 틈새산업을 찾아 자기 역할을 다했다”면서 “대기업들은 자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거나 틈새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내년에 28억 유로(3조9502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혁신기술 지원 예산을 2배 이상 늘리며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베를린·드레스덴·프랑크푸르트=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