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노래는 좋은데, 얼굴이 부적합하대요.”
신연승(가명·17)양은 얼마 전 모 기획사 가수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신양은 그래도 희망을 갖고, 또 다른 오디션 정보를 얻기 위해 오디션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그러나 신양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각종 성형 후기에 관한 글이었다. ‘안면윤곽수술’ ‘지방이식’ 등 성형수술에 관한 광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양은 “카페 글을 보니 오디션 준비의 기본은 외모라고 느꼈다”며 “노래 연습은 그만하고, 이번 방학 때 성형수술을 받겠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오디션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성행하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오디션 준비와 관련한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각종 성형 수술을 권하는 병원 광고 글과 성형 후기 등이 난무하고 있다.
30일 회원수 12만7666명인 네이버의 S카페 메인 화면에는 ‘홍보성 글 금지’라는 글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눈·가슴성형전문’이라는 O성형외과 광고 배너가 떠 있었다. 이 카페의 협력병원이라고 했다. 카페 회원인 한승민(가명·18)양은 “오디션을 보려면 쌍꺼풀과 코 성형은 기본이고 얼굴에 지방 이식 같은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원수가 3만여명인 네이버의 또 다른 카페에는 H성형외과에서 ‘식스팩 성형’ 광고를 냈다. H성형외과 관계자는 “복근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이들 중 80% 이상이 연예인 지망생이고, 대부분 인터넷 카페에서 광고를 보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에게만 성형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김여랑(가명·18)양은 얼마 전 ‘겨울방학을 맞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쌍꺼풀 수술 30%, 코 성형 20% 할인해준다’는 휴대전화 광고 문자를 보고, 지난 29일 해당병원을 찾아가 코 성형을 했다. 김양은 “의사선생님이 ‘성형 후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해서 수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 D성형외과 관계자는 “겨울 방학이 되면 대학생들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이 몰려 평소보다 병원 수입이 30~40% 증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외모지상주의가 더 견고해지면서 성형수술이 하나의 문화가 돼버린 것 같다”며 “연예인 준비과정에서 실력 쌓기보다 성형이 우선시되고, 방학이 되면 학생들 사이에 성형 열풍이 일어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줌 성형외과 김일수 원장은 “청소년은 골격이 완전히 자라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코나 안면윤곽 등을 성형할 경우 골격의 변화를 겪으면서 얼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성형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고, 성형에 대한 과장된 정보를 믿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美親 카페’의 유혹… 청소년에 “성형해서 성공하라”
입력 2012-12-30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