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무산에… 농협 구조 개편 차질
입력 2012-12-30 19:21
정부가 농협 사업구조 개편 지원책으로 약속한 ‘1조원 현물출자’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협은 지난 3월 기존 조직을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으로 쪼개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었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농협은 속이 타고 있다. 농민과 직결되는 경제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정부부처와 농협 등에 따르면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정부가 약속한 지원액은 총 5조원이다. 사업구조를 나누면 경제부문의 경우 자본금 부족 등으로 각종 사업이 좌초할 수 있어 이를 보전한다는 차원이었다.
지원액 가운데 4조원은 이차보전 방식이다. 농협이 발행한 채권 4조원의 이자(연 1600억원)를 5년 동안 정부가 대신 내준다. 이어 정부는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총 1조원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이뤄져야 농협이 정부의 약속대로 주식 5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발생했다. 산은이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거나 민영화를 하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산업은행 해외발행채권 보증 및 농협지주 현물출자 동의안’은 상정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연간 300억∼400억원에 이르는 예상수익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농협 관계자는 “현물출자 재산을 운용해서 연간 최고 4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 돈을 경제사업 활성화에 쓰려고 했으나 구멍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후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급여반납, 임원 수 축소, 본부인력 감축,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다급해진 농협은 현물출자를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까지 건의하고 나섰다. 농협 발행채권 1조원의 이자(연 340억원)를 5년 동안 정부가 대신 내달라는 것이다.
국회는 이차보전 방식에 긍정적이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부정적이다. 농림수산 예산 증액이 쉽지 않아 기존 예산안 내에서 다른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쉽사리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낙농육우협회, 계육협회 등 대표적 농업단체들로 이뤄진 농수축산연합회는 성명을 냈다.
연합회는 “현물출자 1조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즉각 전환하고, 이차보전 소요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별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