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정규직 줄이자”… 無期계약·정규직 전환 바람
입력 2012-12-30 22:47
은행권이 비정규직을 줄이는 등 ‘일자리 차별’ 없애기에 나섰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는 계약직을 고용이 안정적인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돌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차별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층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각 은행은 기대감이 크다. 불황으로 대부분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고용개선은 근로의욕은 물론 내부 결속력을 한층 높일 수 있어서다.
IBK기업은행은 내년 1월 2일 일반 계약직 사원 113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30일 밝혔다. 계약직 사원의 고용 안정과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면 대부분 정년(만 59세)이 보장된다. 급여와 복지 등 처우 또한 대졸 행원과 비슷하다. 맡은 업무가 다소 다를 뿐 사실상 ‘정규직’이 되는 셈이다.
기업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비정규직 축소에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달에 1차적으로 계약직 직원 8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내년에도 계약직 직원을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중에 일선 영업점 창구 전담 텔러 등 무기계약직 직군을 대대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도 1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KDB산업은행은 고졸과 일반 대졸 직원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산업은행은 비정규직을 따로 채용하지 않는 대신 은행 창구·지원 업무만 담당하는 ‘일반직B’와 대졸자 공채 출신의 ‘일반직A’로 나눠 직원을 선발했다. ‘일반직B’는 고졸 직원이 대부분이다.
산업은행은 내년부터 일반직B 직군은 대졸 행원보다 입사를 할 때 직급이 하나 낮을 뿐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텔러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직원이 본인 역량 및 의사에 관계없이 제한적 업무밖에 할 수 없었던 부분을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0월 1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합리한 차별을 내년 중에 해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용 구조를 대규모로 뜯어고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도 근로 의욕이 크게 높아진다”며 “직원들이 더 안정적으로 일하고 애사심이 생기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진삼열 강준구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