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염색 폐수 2년 넘게 한강 방류
입력 2012-12-30 19:05
서울 종로·중구 등 도심 한복판에서 공장 폐수를 장기간 불법 방류한 염색업체 50여곳과 단속 정보를 흘려준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차맹기)는 임모(54)씨 등 염색업체 업주 3명과 폐수처리 대행업체 K사 현장소장 조모(65)씨 등 2명을 수질 및 생태계 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다른 염색업체 업주 17명과 K사 대표 홍모(58)씨, 단속정보를 유출한 구청 7급 직원 이모(49·여)씨 등 모두 19명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염색업체들은 201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배출허용 기준을 크게 초과한 폐수를 업체당 많게는 2500t까지 하수도에 불법 방류한 혐의다. 이렇게 방류된 폐수는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 대부분은 농축조·탈수기 등 필수 처리시설조차 없어 정상적인 폐수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들은 시설 개선 대신 폐수처리 대행 계약(월 45만원)을 맺은 K사와 결탁해 단속 회피에만 급급했다. K사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현장소장 조씨를 통해 단속일자 등을 미리 빼내 염색업체들에 알려주면, 업체들은 공무원이 현장에 나오기 전 원폐수가 담긴 집수조에서 폐수를 빼낸 뒤 수돗물을 채워 넣어 오염농도를 떨어뜨리는 식이다. 수돗물로 희석한 뒤에도 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있으면 공무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 이미 채취해 놓은 검사용 시료통에 수돗물을 붓기도 했다.
‘물타기’한 폐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단속 기준인 130ppm을 훨씬 밑도는 것은 물론 상당수 업체에서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원수(4ppm)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왔다. 현재의 처리공법으로는 불가능한 수치였지만, 단속 직원들을 수년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염색업체들이 정상적 시설 개선 대신 손쉽게 단속을 피해 온 경험이 쌓이다 보니 무감각하게 폐수를 버려왔다”며 “폐수처리 대행 제도를 악용하는 구조적 비리도 근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