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북극해의 역습… 새해 벽두에도 한파·폭설

입력 2012-12-30 22:40


올겨울 한반도에 불어닥친 매서운 추위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와 몽골에는 강추위가 닥치며 혹한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다. 남반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라질은 최고기온이 43.2도에 육박하는 등 97년 만에 최고기온을 갈아 치웠다. 지구 온난화의 경고다.

◇따뜻해진 북극, 폭설과 기압골 변화 초래=지구 온난화로 인해 줄어든 해빙(海氷) 면적이 혹한과 폭설을 부르는 뇌관으로 꼽힌다. 북극해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해빙이 녹고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북반구에 눈이 많아지게 된다. 눈이 쌓이면 햇빛을 반사시켜 지표면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돼 한파가 몰아치게 되는 것이다.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북반구의 온도는 역대 여섯 번째로 더웠다. 지난 8월 북극 해빙 면적은 431만9000㎢로 1978년 관측이래 역대 최소치였던 2007년 9월보다도 4만2500㎢ 줄었다.

북극의 바닷물이 드러나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폭설과 함께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시켰다. 지난 10월부터 시베리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고, 눈 덮인 지역이 증가하면서 지면의 온도를 떨어뜨려 찬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크게 확장됐다.

따뜻해진 북극 주변 바다는 아울러 기압골의 변화도 일으켰다. 올해 러시아 우랄산맥 근처의 북극해인 카라해와 바렌츠해는 북극 지역 온도 상승으로 얼지 않았다. 얼음 대신 곧바로 바다가 드러나면서 태양빛을 흡수하는 면적이 늘어났다. 따듯해진 바다에선 열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 공기가 수직적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우랄산맥 근처에 높이 5~6㎞ 정도의 ‘키 큰 고기압’이 형성됐다. 이는 북극 한가운데서 남하하려는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를 막고 있다. 따라서 찬공기가 ‘키 큰 고기압’을 피해 대륙을 거쳐 한반도로 곧장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파 막는 제트기류도 약화=북극 주변의 제트기류가 약화된 것도 한반도 한파의 한 원인이다. 지상 1만m 높이에서 시속 100~250㎞의 속도로 흐르는 제트기류는 북극을 둘러싸고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북극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탓에 북극과 저위도 지역의 기압차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왔다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트기류는 북극과 저위도 지방의 기압차가 클수록 활성화되는데, 고위도 지역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온도차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1월 중순 이후 북극 지방의 온도는 평년보다 2~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내년 1월 초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추운 날이 많고 지역에 따라 눈이나 비가 많이 올 때가 있겠다고 30일 전망했다. 1월 초순 기온은 평년 수준(-5~-4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순에는 차가운 대륙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번갈아 받으면서 기온 변화가 크겠지만 기온은 평년(평균 -5~-3도)과 비슷하겠고, 2월에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이 많겠다고 내다봤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