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실망 늘고 있다

입력 2012-12-30 19:03

박 당선인, 보안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시스템으로 인사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보안 인사’ ‘깜짝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첫 번째 인사 때 극우 논객 윤창중씨를 수석대변인에 임명해 야당의 반발을 산 데 이어 지난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 발표 직후에는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하지원 윤상규씨의 불미스러운 전력(前歷)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은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 김경재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과거 분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많이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두 차례 인사 내용에 긍정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다. 당선인을 에워싸고 있는 친박계와 영남 출신 인사들이 배제된 점, 전문성이 중시된 점 등은 고무적이다. 인수위에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를 설치함으로써 호남과 2030세대를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점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쉽게 각인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을 잘못 기용하면 전반적으로 잘된 인사일지라도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

거듭되는 인사의 잡음은 박 당선인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이전부터 보안을 매우 중시해 왔다. 참고자료는 여러 곳에서 받지만, 결정은 혼자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몸에 배어서인지 대통령 당선인이 된 뒤에도 그 스타일은 바뀌지 않고 있다. 첫 인사를 발표한 이정현 전 선대위 공보단장이나 인수위 1차 인선안을 발표한 윤 대변인 모두 발표 직전까지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이를 보여준다. 보안을 경시할 수는 없다.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새 나가면 인사의 틀 자체가 훼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다시 확인된 것처럼 폐쇄적인 ‘나 홀로 인사’는 사고(事故)를 부를 수 있다. 객관적인 검증절차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비밀 제일주의에서 탈피해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

부작용이 발생해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역시 박 당선인 스타일이다. 지난해 2월 학력 위조 논란으로 진영아 공천심사위원이 낙마했을 때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박 당선인은 윤 대변인과 2명의 특위위원, 김경재 수석부위원장 임명을 철회하라는 민주당 요구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의 결정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권위가 훼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박 당선인에 대해 제왕적 또는 불통 이미지가 더 강하게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인수위가 출범하는 대로 당선인 비서실에 검찰 국세청 경찰 관계자가 포함된 인사검증팀을 꾸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게 결격사유가 없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보안 못지않게 검증도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잡음이 남긴 교훈인 만큼 국가기관의 협조를 받아 철저하게 검증해야 마땅하다. 또 다시 부적격 인사가 중용되면 박 당선인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