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스페셜올림픽
입력 2012-12-30 18:54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겐 3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9남매 가운데 차남인 그의 바로 아래 여동생 로즈메리 케네디는 출생 당시 뇌손상 때문에 정신지체 장애가 됐다. 로즈메리의 지능지수는 80 정도로 비장애인에 비하면 낮았지만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재계의 거물인 아버지 조셉 P 케네디는 이런 딸을 집안의 수치로 여겼다. 그래서 당시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대뇌 전두엽 수술을 23세 딸에게 시켰다. 뇌 질환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로즈메리는 수술 후 상태가 더 악화돼 어린아이처럼 돼 버렸고, 2005년 사망할 때까지 일생을 장애인 요양원에서 보내야 했다.
9남매 중 다섯째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1921∼2009)는 언니의 불행을 지켜보며 지적 장애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요양원에 있는 언니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보살피는 것은 물론 평생 지적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지적 장애인들은 격리된 채 요양시설에서 살았는데, 그는 이들도 충분한 교육을 받으면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2년 메릴랜드에 있던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지적 장애인 캠프를 열었다. 이때 그는 지적 장애인들이 스포츠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캠프를 계기로 그는 조셉 P 케네디 주니어 재단의 후원으로 1968년 시카고에서 제1회 스페셜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리고 동계 스페셜올림픽은 1977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처음 치러졌다.
스페셜올림픽은 승패보다는 장애인들의 자신감 고취와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메달을 따지 못한 참가자에게도 리본을 달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하계의 경우 1979년 미국 뉴욕 대회부터, 동계는 1997년 캐나다 토론토 대회부터 참가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이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하지만 아직도 스페셜올림픽의 의미뿐 아니라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스페셜올림픽 개최 이후 지적 장애인에 대한 예산이 100배나 늘어났지만 한국의 경우 이번 대회를 성황리에 치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올 겨울 평창에서 열리는 ‘특별한 올림픽’에 지난 런던올림픽 때와 같은 국민적 관심이 주어지길 기대한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