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앙거 벨케 교수 “대기업, 최고 제품 위해 최고 기술 中企와 제휴”

입력 2012-12-30 18:46


독일 경제학자가 말하는 ‘獨 경제의 힘’

독일 듀스버그에센대 경제학과의 앙거 벨케 교수는 독일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먼저 꼽았다.

벨케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대기업이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완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면서 “독일의 대기업들은 최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훌륭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벨케 교수는 또 “독일 중소기업의 경우 ‘연구소의 실패’가 많은 반면 ‘시장의 실패’는 별로 없다”면서 “상품을 내놓기 전에 과학적인 연구개발(R&D)과 치밀한 시장 조사로 실패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많은 한국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지난 2일 베를린에서 만난 벨케 교수는 “독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에서 유토피아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독일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 일부 대기업들이 납품 가격 등을 깎는 방법으로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벨케 교수는 그러나 “이 정도 문제는 다른 어느 나라에도 있다”면서 “독일의 대·중소기업 상생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하이엔드(High-end·고품질 고가격) 제품에서 독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매우 좋다”면서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벨케 교수는 “독일의 강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보호 속에 생존하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대기업이 거래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으며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기술 협력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일 중소기업의 성공 비결로는 연구개발을 꼽았다. 그는 “독일 기업들은 시장에 먼저 뛰어들지 않고 연구소나 대학 등과 접촉해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면서 “만족할 만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한 다음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벨케 교수는 또 “독일 중소기업은 경쟁이 없는 틈새시장 발굴에 사력을 다한다”면서 “경쟁제품이 없는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독일 중소기업의 제품을 싫어하는 소비자라도 불평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 경제위기에서 독일 경제가 굳건한 이유에 대해 “통화가치가 높았던 마르크화를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수출 경쟁력이 이만큼 확대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유로화 도입도 독일이 무역전쟁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벨케 교수는 다른 독일 내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어젠다 2010’으로 대표되는 정책의 일관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벨케 교수는 “극심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세계적 기술’과 ‘세계 최고의 기술’은 크게 다르다”면서 “세계적 기술을 갖춘 기업은 한국과 독일 모두 많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은 독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기업도 있지만 한국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많이 등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벨케 교수는 “한국 중소기업은 대학과 연구소 등과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질 높은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연구소와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글 하윤해 기자, 사진 이동희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