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니까 더 대우 받아요”… 막강 스마트폰 기세 뚫고 눈길끄는 프리미엄 제품
입력 2012-12-30 18:14
지난 10월 서울 압구정동 풍월당에서 아이리버 박일환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제품 설명 대신 노래를 틀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악이 흐르자 기자간담회 현장은 순식간에 음악회 장소로 바뀌었다. 박 대표는 기자들에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제품을 설명하지 않았다. 음악을 들려주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표가 소개하려던 제품은 아이리버의 대표 제품인 MP3가 아니었다. 휴대용 초고음질 오디오 ‘아스텔앤컨’이었다. 스마트폰에 밀려 MP3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아이리버의 선택은 자신의 기술력을 앞세운 더 뛰어난 성능의 오디오 기기였다.
스마트폰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것은 MP3 뿐만이 아니다. 보이스 레코더(녹음기)나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멀티미디어재생기 PMP, 전자사전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스마트폰 속에 모든 기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조업체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 구현해 낼 수 없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경쟁력이다=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밀리면서 선택한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토종 MP3 선두주자였던 아이리버도 스마트폰 보급으로 MP3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아스텔앤컨을 내놨다. MP3 제품은 향후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이리버 박 대표는 “스마트폰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지만 결국 아이리버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면서 아스텔앤컨 출시 이유를 밝혔다.
아스텔앤컨에 들어간 울프슨의 WM8740 DAC칩은 하이엔드 오디오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하다.
스마트폰과 달리 정교한 녹음과 재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이스 레코더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나온 소니의 ‘ICD-UX533F’는 녹음 파일 재생을 하면 주변 소음을 줄여 명료한 음질로 재생 기능을 최적화 시켜주는 인텔리전트 노이즈컷 기능과 녹음 환경 선택 모드, 자동음성 인식 녹음 기능 등 어학공부나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설 자리를 잃은 디지털 카메라도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카메라 업체들이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다. DSLR급 결과물을 보장하는 고사양의 하이엔드 카메라와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콤팩트 카메라다.
후지필름은 X-E1과 XF1로 스마트폰의 거센 도전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배재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다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렌즈 교환이 가능하고 대형 센서와 밝은 렌즈를 탑재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소중한 추억일수록 고화질의 사진을 남기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급 카메라의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니도 하이엔드 카메라 RX100과 세계 최초로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콤팩트 카메라 RX1을 출시해 스마트폰에 빼앗긴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스마트함을 더했다=와이파이 기능이나 운영체제(OS) 등을 탑재해 스마트폰 기능을 더한 제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8월 내놓은 MP3 ‘갤럭시 플레이어 5.8’은 147㎜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풍부한 교육 콘텐츠를 강화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운영체제(OS)에 2500mAh 대용량 배터리, 블루투스 4.0 등을 적용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음악 감상은 물론 동영상 강의 및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소니의 MP3 플레이어 NWZ-F800엔 안드로이드 OS가 들어 있어 다양한 사용자 편의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도 와이파이를 기본 탑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전송과 공유가 일반화됐다. 삼성의 갤럭시 카메라는 아예 ‘통화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카메라다.
와이파이를 탑재한 카메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소니는 올 초 와이파이를 탑재한 ‘HX30V’를 내놨다. 광학 20배줌 기능과 함께 연결 케이블 없이도 촬영된 이미지를 스마트폰이나 PC, TV 등의 멀티미디어 기기에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