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꿈의 오케스트라들’ 온다… 벽두부터 연말까지 거장 지휘자·스타 연주자 내한 잇따라
입력 2012-12-30 18:10
2013년 클래식 달력도 꽉 찼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로린 마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는 거장들이 2013년 대거 한국을 찾는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끄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이어진다. 연말까지 스케줄이 나왔으니 관심 있는 공연은 미리 찜해두는 게 좋겠다.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할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거장 지휘자들의 내한 공연
주빈 메타(76)와 이스라엘 필하모닉(1월 5∼6일 예술의전당)이 신년 갈라 콘서트로 2013년의 문을 활짝 연다.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에서 데뷔,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로 불린다. 신년 음악회답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와 왈츠, 모차르트의 협주 교향곡,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3번 등이 연주된다. 남성은 턱시도나 어두운 색 양복, 여성은 드레스나 화려한 원피스로 ‘드레스코드’가 지정돼 있다.
내년 2월에는 2013년 클래식계 핫이슈인 두 공연이 몰려있다. 우선 리카르도 무티(71)가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2월 6∼7일 예술의전당)의 첫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시카고 심포니는 120여년 역사와 62회의 그래미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출신 정상급 지휘자 무티가 2010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시카고 심포니가 그를 선택했을 당시 시카고 거리 곳곳에 무티 얼굴이 들어간 포스터가 걸려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무티의 지난해 연봉은 220만 달러(약 24억원). 그의 내한은 2004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필하모니 공연 이후 9년 만이다. 시카고 심포니는 협연자 없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브람스 교향곡 2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을 들려준다.
또 하나의 기대주는 네덜란드 태생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3)가 이끄는 영국의 런던 심포니(2월 28일∼3월 1일 예술의전당). ‘살아있는 음악의 역사’라 불리는 하이팅크가 한국을 찾는 것은 1977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의 내한 이후 36년 만이다. 20세기 거장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 빛에 가려있었지만, 라이벌들이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존재 가치는 더 커졌다. 이번 방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협연 포르투갈 출신의 마리아 주앙 피르스), 베토벤 교향곡 7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등을 선보인다.
봄에는 프랑스 출신의 로린 마젤(82) 지휘로 독일의 뮌헨 필하모닉(4월 21∼22일 예술의전당)이 내한한다. 비상한 기억력과 절대 음감을 지난 마젤은 이미 8세에 대학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요즘 베토벤에 빠져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4번과 7번 등을 들려준다. 22일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9월 24∼25 예술의전당)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00년부터 음악 감독을 맡아 온 정명훈은 라디오 프랑스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기능적으로 완벽한 오케스트라”라고 평가했다. 정명훈의 드라마틱한 해석이 빛나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등을 들려준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유카 페카 사라스테(56)가 2010년부터 지휘하고 있는 독일의 쾰른 방송교향악단(10월 24일 성남아트센터)도 베토벤 교향곡 7번 등으로 첫 내한 무대를 마련한다.
영국 출신 사이먼 래틀(57)이 이끄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11월 11∼12일 예술의전당)은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한다. 내년 8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곡이자 래틀의 장기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선사한다.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 3부자(父子)의 방문도 내년 눈길을 끄는 이슈 중 하나다. 장남 파보 예르비(50)는 독일 브레멘을 근거지로 한 도이체 캄머필하모니(12월 4∼5일 예술의전당)와 한국을 찾아 베토벤 교향곡 3, 5, 6,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막내 크리스티안 예르비(40)는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자(2월 21일 예술의전당)로 서울 무대에 오른다. 아버지 네메 예르비(75)는 스위스의 로망드 오케스트라(7월 12∼13일 예술의전당)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니콜라이 즈나이더),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1∼2번’ 등을 들려준다.
#스타 연주자들과 베르디·바그너 200주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스타 연주자들의 협연도 예정돼 있다. 독일 출생 미하엘 잔데를링(45)이 지휘하는 독일의 드레스덴 필하모닉(10월 중 장소 미정) 공연에서는 ‘새로운 현의 여제’로 불리는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29)가 협연자로 나선다. 힐러리 한(미국), 재닌 얀센(네덜란드) 등과 함께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그는 첫 내한 무대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피아니스트 유자왕(25)도 첫 내한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 출신 샤를 뒤투아(76)가 이끄는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6월 29∼30일 예술의전당)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무대도 다채롭다. 피아니스트 김선욱(24)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4월 13일, 6월 20일, 9월 14일, 11월 21일 총4회 LG아트센터)가 눈에 띈다. 지난해 2년 동안의 여정으로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의 연장으로, 올해는 17번부터 32번까지 연주된다.
내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베르디와 바그너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장장 5시간에 이르는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10월 1, 3, 5일 예술의전당)을 선보인다. 국내 초연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의 ‘팔스타프’(3월 21∼24일 예술의전당)와 ‘돈카를로’(4월 25∼28일 예술의전당)도 마련한다.
KBS교향악단은 음악 애호가 모임인 한국바그너협회와 함께 ‘바그너 콘체르탄테’(5월 22일 예술의전당)를 마련한다. 리엔치 서곡, 탄호이저 서곡, 로엔그린 3막 전주곡 등에 이어 공연 후반부에는 발퀴레 1막이 연주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