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스토리텔링→키워드 ‘KSK 법칙’에 주목하라… 대입 정시모집 면접 공략법

입력 2012-12-30 22:44


201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지난 27일 마감됐다. 정시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관문인 면접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서 나타난 사항을 검증하는 과정이자 1차적으로 걸러진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어려워진 수능과 재수생 감소로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입시학원에서 암기한 천편일률적인 대답으로는 결코 면접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이전 단계의 부족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면접, 스피치 전문가에게 그 비법을 들어봤다.

“정시 면접을 앞두고 고3 수험생들의 상담 및 강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는 김미성 대표는 “대치동 학원에서 똑같이 외운 번지르르한 답보다는 자신만의 진솔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 커뮤니케이션엔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면접 준비할 수 있어=“대입 면접을 앞두고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면접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서툰 학생들이 참 많아요.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상대방에게 조리 있게 전달하는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거죠. 학교에서 그동안 내신·수능을 위해 ‘찍기 공부’만 했으니 그럴 기회가 없었죠.”

김 대표는 가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밥상머리 교육의 부재’가 이처럼 우리나라 아이들이 발표에 어색한 문화를 갖게 된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상이 물려준 땅에서 농경문화를 토대로 살아온 탓에 이웃과 마을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 별다르게 ‘말’이나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던 밥상에서의 침묵이 아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유대인 가정에서는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냐’고 묻는 걸 시작으로 철저한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진다”며 “부모가 밥상머리에서부터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서로 생각을 나눠보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부모가 수험생의 면접준비를 도와주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대입 면접 준비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면접 준비법’ 중 한 가지는 바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의면접’이다. 미리 예상 질문지를 뽑은 뒤 부모가 면접관이 돼 질문을 하면, 자녀가 대답을 하는 모습을 직접 스마트폰 영상으로 찍어 녹화를 해보라는 것이다.

“모의면접 장면이 녹화된 영상(혹은 녹음된 파일)을 다시 보면, 언어습관의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장문으로 얘기하는지 단문으로 얘기하는 지, 혹은 ‘저는, 저는, 저는’ 등의 말이 반복되는지 말입니다. 그 영상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면서 문장 간 ‘슬래시(/)’도 그어보고, 맞춤법도 찍어보며 말의 패턴을 분석해보는 것이죠. 그 과정을 통해 자녀가 ‘그래, 난 이런 말을 많이 하는구나’ ‘이런 부분을 고치면 좋겠다’고 느낀다면 그 효과는 수백만 원짜리 면접 과외의 몇 배 이상이라고 자신합니다.”

◇외운 답보다는 자신만의 ‘키워드(keyword)’가 중요…‘KSK 법칙’을 기억하라=김 대표가 제시하는 또 한 가지 포인트는 ‘외워서 하는 면접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은 좋지만, 답변 자체를 외워 준비해 가는 것은 진정성도 없을 뿐더러 면접에서 긴장감을 더 높여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면접을 외워서 준비한 수험생들이 ‘까먹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실수를 자주 하거나, 말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이 외운 답이 면접관이 수도 없이 들었던 천편일률적인 대답일 경우 합격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신만의 용어’, 즉 ‘키워드(keyword)’로 승부를 보라”며 “아직도 면접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아 정말 막막하다면 ‘KSK 법칙’에 주목하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KSK’법칙’은 ‘키워드(keyword)-스토리텔링(storytelling)-키워드(keyword)’로 구성된다. 답변의 첫 문장에서 키워드를 먼저 말해주고, 스토리텔링으로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 뒤, 답변을 끝맺기 전 다시 한 번 키워드를 짚어주며 면접관의 기억을 되살려주라는 것이다.

“승무원이 장래희망인 항공운항과 지망 학생이 ‘이 학교에 지원한 이유를 말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가정해볼게요. 저라면 먼저 키워드(K)로 ‘감성을 줄 수 있는 승무원’을 꼽을 것 같아요. 그 바로 뒤에 ‘왜냐하면∼’을 붙여 제가 그런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를 설명(S)하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계기로 저도 ‘감성을 줄 수 있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키워드(K)를 짚어준다면 면접관의 뇌리에 강하게 남지 않을까요? 물론 키워드는 본인의 장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간결하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면접에 닥쳐 급하게 자신에 맞는 키워드를 찾기보다 평소에 신문기사와 사설, SNS 등을 보면서 시사·문화 이슈 등의 키워드를 뽑아보고, 차분히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또, ‘헐’ 등의 축약어를 많이 쓰는 평소의 언어습관을 고치고, 연륜이 있는 면접관에 맞게 경어 및 공경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주로 교수님들로 구성된 면접관들을 처음 마주치면 아직 미성년자인 수험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죄 지은 것처럼 잔뜩 기가 죽어 있다 나오거나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하기도 하고, 심지어 모르는 질문이 나왔다며 울음을 터뜨린 학생도 만나봤죠. 면접관들 앞에서 허리와 어깨를 곧게 펴고 자신감을 가지되,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까지 최대한 예의바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화보다 ‘카톡’이 익숙한 세상…‘소통학교’ 설립이 꿈=“똑똑한 학생, 1등만을 해온 학생들일수록 자신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앞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르치는 ‘소통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김 대표는 “내 아이들의 경우만 봐도 ‘면 대 면 대화’보다는 ‘카톡’ 등 메신저로 대화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며 “보여지는 변화는 빨리 가는 반면, 그것에 맞는 콘텐츠는 발전을 하지 않는 세태 속에서, 소통학교를 설립해 사람의 감성을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미성 누구인가

김미성(44) ㈜엔트리 컨설팅 대표는 지난 15년간 대기업 CEO와 정치인,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면접 컨설팅 및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해온 스피치 전문가다. 연간 500회 이상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석사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은 인하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고려대·포항공대 등에서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해왔다. 청와대 관광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포스텍 창의교육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