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생 실현하는 企銀의 행보 주목해야
입력 2012-12-30 18:59
국내 중소기업 대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기업은행이 상생 실현에 앞장선다. 기은은 내년부터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한 자릿수인 연 9.5%로 내리고 은행권 최초로 가산금리제도를 없앤다. 연체대출 금리도 최고 12%에서 11%로 낮추기로 했다. 가위 파격적인 행보다.
이번 조치로 3만7600여개의 중소기업과 4만2600여명의 개인이 금리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및 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기은의 순익은 1000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은의 상생 행보는 다른 금융기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만 해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금리 상한은 연 17∼18% 수준이었으나 현재 14%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기은의 상생적 혁신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차제에 가산금리체계 개편도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권의 가산금리는 흔히 신용등급에 따라 편차가 심했을 뿐 아니라 대외비로서 공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비교조차 하기 어려웠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내년 3월부터 은행 대출금리와 가산금리를 비교 공시할 수 있는 근거를 겨우 마련했을 정도다. 따라서 기은의 혁신적 대응은 금융권에 적잖은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기은의 금리 인하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올 초 연체대출 최고금리를 17%에서 12%로 낮춘 바 있고 창립 51주년을 맞은 지난 8월엔 다시 1.5% 포인트 낮췄다. 이런 기은의 상생경영 뒤에는 조준희 행장의 상생 마인드와 깊은 현실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조 행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죽어간다고 아우성일 때 은행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적정한 수익만 챙기고 이들을 돕는 게 나은지”에 대한 답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추구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의 배경이었음을 감안할 때 조 행장과 기은의 상생 행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