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中企 ‘히든 챔피언’ 1350개… 한국의 60배 넘어

입력 2012-12-30 22:21


독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각종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독일 전체 기업 372만개의 99.6%를 차지한다. 전체 고용의 70%를 떠맡고 있고, 국가 순부가가치의 47.3%를 생산한다.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40%에 달한다. 독일 경제에서 중소기업 없는 고용과 성장은 상상할 수 없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은 “독일 중소기업들의 수출액은 총 수출액의 20.9%를 차지하고 있지만 2050년까지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2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틈새시장 등 특정 전문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시장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히든 챔피언’은 1350개사에 이른다. 한국의 히든 챔피언이 20여곳에 불과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세계에는 2000여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다.

독일에서 히든 챔피언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 대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으로 통한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히든 챔피언으로 불린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대체할 만한 다른 제품이 없어 경기부침과 무관하게 높은 가격에 팔린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동안 평균 8.4% 수준의 높은 매출액 증가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독일 전체기업 평균 매출액 증가가 2.7%, 독일주가지수(DAX지수) 상장 대기업들의 매출액 증가가 평균 4.9%인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자기자본율이 높아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경기변동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이 같은 성공은 저절로 이뤄진 게 결코 아니다.

독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007년 기준 3.6%로, 대기업의 3.1%보다 높다.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독일의 많은 히든 챔핀언은 가족 기업이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는 가업을 이어 받으면서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세계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도 히든 챔피언을 지원한다. 지난 2009년 개정된 독일 세법은 고용 수준을 7년간 100% 유지한 가족기업에게 상속세를 전액 면제해 준다.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굳건하게 서 있는 것도 이들 히든 챔피언이 튼튼한 밑받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