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자기혁신+국가지원+국민존중 맞물린 ‘톱니바퀴 경제’
입력 2012-12-30 22:26
獨경제 이끄는 중소기업의 힘 어디서
한국에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독일처럼 세계시장을 장악한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독일 경제가 한국 경제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차이 때문이라는 게 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성공은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의 노력과 적극적인 정부 지원,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중소기업 강화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 정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은 중소기업 기피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강한 중소기업을 더 강하게 만드는 독일 정부의 지원책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꺼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지원 대상은 연구개발 사업이다. 독일 정부는 산·학·연 공동연구에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의 연구의뢰를 받아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과 연구소에 정부의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독일 연방경제기술부는 중소기업의 혁신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2010년 23억 유로(3조2448억원)를 투입했고 내년에는 28억 유로(3조9502억원)로 늘릴 방침이다. 우리 정부가 중소기업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지원한 예산이 올해에 7150억원에 불과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 정부의 혁신기술 지원 예산은 2배 넘게 증가했다.
혁신기술을 갖춘 기업들을 늘리기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정부는 최소 5년 이상 기업 활동 유지를 조건으로 혁신기술 기업을 창업할 때 80만 유로(11억2800만원)를 지원한다. 또 대학 졸업 후 1년 이내 창업하는 기업 가운데 우수한 곳을 선발해 약 10만 유로(1억4108만원)를 준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중소기업의 수출·투자에 298억 유로(42조409억원)의 금액을 보증했다.
또 중소기업들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안정된 수급을 위해 독일 내 원자재 생산을 2020년까지 1994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체제도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 연방정부는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주 정부는 세부적인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독일의 우수한 인재는 중소기업을 기피하지 않는다.
급여수준은 대기업의 85∼90% 정도지만 노동자들과 암묵적인 종신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대기업보다 높고 이직률도 낮다. 장인(匠人)인 마이스터는 직업학교 졸업생들의 꿈이다.
또 히든 챔피언 기업들의 70%는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어 지역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협력회사나 주변 상권,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지역 경제를 이끌고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이전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는 중소기업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해당 지역의 대학이나 연구소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특히 히든 챔피언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400여개에 달하는 히든 챔피언들은 100년 이상 된 기업들이다. 이들 중에는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기업이 많아 단기적 이윤추구보다는 기업발전을 위한 장기목표에 집중한다. 이들의 기업정신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