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새누리, 윤창중 마뜩잖지만…

입력 2012-12-28 23:0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발탁한 윤창중 수석대변인. 그를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심정이 복잡하다. 박 당선인은 그를 기용했다가 ‘봉투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윤 대변인은 27일 박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을 발표하며 기자들 앞에서 ‘밀봉된’ 봉투를 뜯어 명단을 꺼냈다. “인사는 보안이 생명이라 나도 지금 열어 본다”고 했다. 이 ‘밀봉’은 박 당선인이 한 게 아니라 윤 대변인 작품이었다. 그냥 건네준 명단을 그가 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붙인 뒤 기자들 앞에서 뜯어보는 ‘연출’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8일 “(윤 대변인) 본인이 봉투에 테이프 붙여 와놓곤 ‘밀봉’ 운운하며 일부러 의미를 부여한 건 오버액션 아니냐”고 했다. 그런 ‘이벤트’에 치중하느라 정작 박 당선인의 구상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주변에선 “테이프 뜯으면서 ‘나도 이제야 알았다’고 하는 건 ‘나도 잘 모르니 앞으로 묻지 말라’는 뜻인데, 대변인이 할 소리냐”는 말도 들렸다. 박 당선인이 원래 대변인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란 평가마저 등장했다.

일각에선 그의 인선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윤 대변인이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거침없이 말하는 걸 보고 원로그룹과 일부 인사가 추천했고, 그 과정에서 그가 동교동계와 가까워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됐다고 한다. 한 인사는 “박 당선인이 그의 막말 칼럼 등 과거 발언을 모르고 임명했다면 검증에 구멍이 뚫린 것이고, 알고도 임명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의 공격에 맞서 일단 그를 옹호하곤 있지만 그러기엔 그의 행동이 너무 튄다는 시각이 많다.

윤 대변인은 이날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에 배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도 박 당선인이 일부러 그를 배석시키지 않았다는 등 여러 해석이 나왔다. 박 당선인을 수행한 조윤선 대변인은 “당선인 수행은 제가 하기로 역할을 나눴기 때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해진 전 대변인은 라디오에 나와 “윤 대변인에게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