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李 대통령 회동] 李 “추운데 빨리 들어오세요”… 朴 “안녕하세요”
입력 2012-12-28 23:02
18대 대선이 끝난 뒤 9일 만에 회동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환담했다. 옅은 갈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당선인은 28일 오후 3시쯤 경호차량인 검은색 벤츠 S600을 타고 청와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박 당선인이 차에서 내린 곳은 대통령만 사용하는 청와대 본관 출입문 바로 앞이었다. 청와대는 회동을 준비하며 경호와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현관 안쪽 로비에서 기다리던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이 차에서 내리자 큰 소리로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환영해요”라고 첫 인사를 했다. 박 당선인은 “안녕하세요”라며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2층 환담장 앞에서 취재진에게 “1층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서 또 찍네. 악수 한 번 더 합시다”라며 박 당선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웃음을 띤 얼굴이었다.
이 대통령이 “건강은 괜찮아요? 선거 끝나고 다니시는 것 보니까 괜찮아 보여요”라고 하자 박 당선인은 “쪽방촌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쪽방촌 통로가 좁아보였다”고 했고, 박 당선인은 “조금 늘려드려야 할 것 같았다. 올해 유난히 추웠습니다. 몇 십 년 만의 추위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여기저기 다녀보니 경기가 침체됐고 서민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봤습니다. 강추위에 전력수급 등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3시50분까지 40분 동안 비공개로 단독 회동했다. 당선인 측에서 유일호 비서실장, 조윤선 대변인이, 청와대 측에서는 하금열 대통령실장, 김대기 정책실장, 최금락 홍보수석, 이달곤 정무수석이 잠시 배석했다 퇴장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와 사뭇 달랐다.
2007년 12월 28일 이 대통령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노 전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서로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지만 비공개 회동에선 불편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첫 회동 이후 두 사람의 마찰은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업무 인수인계 작업을 ‘이지원 시스템’으로 하겠다고 하자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은 회복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