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李 대통령 회동] 탈당안한 대통령·여당 당선인 첫 만남
입력 2012-12-29 00:26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청와대에서 40분간 배석자 없이 만났다. 대화의 초점은 ‘민생’이었다. 더 정확히는 국민에게 대화 내용을 알리는 ‘브리핑’의 초점이 민생이었다. 박 당선인은 회동을 마친 뒤 언론에 발표할 내용을 조윤선 대변인에게 구술하면서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건 민생밖에 없다”며 민생 관련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은 유례없이 짧았다. “두 분이 국정 인수를 위한 전반적 문제를 논의했다. 박 당선인은 가장 시급한 민생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대통령의 협조를 부탁했다. 그래야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 했고, 이 대통령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3분 만에 끝났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건 민생뿐”인데 민생에 관해 해줄 얘기가 세 문장뿐이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세웠던 ‘민생정부’ 구상을 이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0~5세 무상보육,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내년 예산 증액을 원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시킬 문제를 이 대통령에게 얘기한 건 재정 건전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와 재정 여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들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0~5세 무상보육을 하려면 7000억원이 더 필요하고 이 돈을 상당부분 부담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27일 저녁에도 장윤석 예결위원장,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박재완 기재부 장관, 임채민 복지부 장관, 몇몇 시·도지사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변인도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한 건) 민생예산에 들어가 있는데 기재부가 반대하고 있는 항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인수위에 대한 구상도 피력했다. 비공개 대화 시작 전 이 대통령에게 “어제(27일) 인수위원장을 발표했고 인수위원 인선도 조만간 마무리 지으려 한다”며 “가능하면 차분하고 조용하게 해야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만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힘들어했다. 당선인은 이들을 보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과 여당 소속 당선인의 첫 만남이란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통령들은 임기 말 지지도가 하락해 여당에서 탈당을 종용받고 결국 무소속으로 임기를 마쳐야 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