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에 맛 들인 中… 수산물 씨 말려
입력 2012-12-28 19:11
아르헨티나 해양경찰은 지난 24일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2척을 발견했다. 이 어선은 곧바로 공해로 달아나려 했지만 해양경찰은 공포탄까지 쏘며 추격한 끝에 어선을 나포했다. 배 안에는 오징어와 각종 생선이 가득 들어 있었다.
중국 내 생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해는 물론 남미, 아프리카, 유럽 인근 해역에서 무차별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수산물이 씨가 마르고, 이 때문에 인근 국가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0∼2011년 중국 어선의 어획량이 중국 당국이 보고한 36만8000t의 10배가 넘는 46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집행위는 특히 감시가 소홀한 아프리카 해역에서 발생하는 불법조업의 3분의 2는 중국 어선이 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차별 조업으로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남미의 페루는 중국의 멸치 어획 쿼터를 68%나 줄였다. 타비샤 말로리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어업협정을 어기는 어선을 중국 당국이 거의 통제하지 않아 분쟁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의 서해는 물론이고 아르헨티나 근해까지 가서 조업을 하는 이유는 자국내 생선 소비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산물 소비국이다. 원양어업도 활발해 아프리카의 모리타니, 모로코 인근 해역의 조업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51%, 50%가 늘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수산물 수입량도 급증세다. 네덜란드계 라보은행은 중국의 수산물 수입액이 올해 80억 달러에서 2019년 2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물량 확보를 위해 원양어선 숫자를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