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포클랜드 전쟁은 생애 최악의 순간”… 英국립문서연구소 비밀문서 공개

입력 2012-12-28 19:11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꼽은 생애 최악의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1982년 3월 포클랜드 전쟁 발발 며칠 전 아르헨티나가 무력으로 영국령 남조지아섬을 점령했던 사건을 꼽았다. 또 포클랜드 제도를 되찾지 못해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종이호랑이’로 여겨질까 무척 두려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BBC와 AP통신 등은 영국 국립문서보관소가 30년 만에 공개한 수천 쪽의 비밀문서를 인용해 28일 이같이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대처 총리는 1982년 10월 전쟁이 끝난 뒤 비공개 청문회에서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침공 같은 바보짓을 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포클랜드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쟁을 “마치 내 심장을 칼로 겨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대처는 당시 전쟁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해군 특수부대를 보낸다 해도 이동 중에 전세가 악화돼 포클랜드에 도착할 쯤에는 군사작전이 위험하다는 보고도 들었다. 자신의 회고록 ‘다우닝가의 시절’에 기록한 것보다 전황이 훨씬 비관적이었음을 나타낸 것이다.

대처는 특히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2년 5월 31일 밤에 자신에게 전화해 아르헨티나에 항복을 요구하지 말고 국제평화기구 손에 맡기자고 제안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만약 알래스카가 침략당한다면 나도 이 문제를 국제평화기구에 넘길 의도가 있다”고 응수했다.

비밀문서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1982년 6월 영국 방문에 앞서 대처 총리 측에게 패션 자문을 받았던 일도 기록됐다. 윈저궁에서 승마를 함께 하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제안을 받은 레이건이 대처에게 ‘드레스 코드’를 물었던 것. 대처는 공식복장이 아닌 승마부츠에 반바지, 터틀넥 스웨터를 입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영국은 당시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왕이 가장 아끼는 말 ‘센테니얼’을 레이건 대통령이 타도록 배려했던 사실도 비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