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되돌아 본 2012] (⑥·끝) 싸이와 K팝

입력 2012-12-28 19:04

팝 본고장을 뒤흔들다

지난 10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두 사람이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바로 반기문(68) 유엔 사무총장과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 시종일관 유쾌한 농담과 덕담이 오갔다.

싸이는 외국 취재진에게 “여러분은 지금 가장 유명한 한국인 ‘넘버 원’과 ‘넘버 투’를 보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반 총장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제까지 당신이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었지만 (싸이 때문에) 이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질투는 났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환담은 싸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싸이가 유엔 수장인 반 총장에 버금가는 글로벌 유명세를 갖게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올해 거둔 성과는 열거하기조차 버겁다. 미국 빌보드 차트 2위, 영국 UK 차트 1위,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 사상 최다인 10억 건 돌파…. 그는 우리 가요 90년사에서 유례없는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최고의 K팝 스타가 됐다.

싸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내 언론의 ‘뉴스’가 된 건 불문가지다. ‘강남스타일’ 작곡가와 ‘말춤’을 만든 안무가, 소속사 대표 등도 ‘뉴스메이커’가 됐다. 싸이 백댄서의 신상과 매니저의 결혼 소식까지 기사화됐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K팝 열풍은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키워드 중 하나이긴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 ‘소녀시대’ 공연은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올해의 K팝 열풍은 스케일이 달랐다. ‘강남스타일’은 그간의 K팝 열풍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나아가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팝계의 패러다임도 뒤흔들었다.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씨는 “올해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곡은 전 세계에서 ‘강남스타일’이 유일하다”며 “미국 음반 업계에서 파워가 있는 음반사, 매니저와 손을 잡은 만큼 후속곡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제 관심은 싸이가 일으킨 돌풍이 여타 K팝 가수들의 성공, 나아가 한류의 전반적인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K팝의 경우 아이돌이 득세하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져야 ‘제2의 싸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박준흠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영미권 음악시장의 경우 아이돌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면 ‘비(非)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