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 “세밑이 더 서러워요”… 혼자서 아이 키우랴 돈벌이 나가랴

입력 2012-12-28 18:53


3년 전 아내와 사별한 신모(35)씨는 하던 장사를 그만두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다. 4살, 6살 두 남매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한 달 수입은 80만원 남짓. 빠듯한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신씨는 크리스마스에도 일터로 나갔다. 그는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더욱 미안하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주지 못했다.

2년 전 이혼 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4학년, 7살 세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안모(50)씨의 현실도 절박하다. 안씨는 식당에서 서빙과 숯 만드는 일을 한다. 연말모임이 잦은 요즘 식당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과 한 식탁에 앉아본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아버지 혼자 미혼 자녀를 키우는 ‘싱글대디(Single Daddy)’ 가정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부모가족은 163만8000가구로 1년 전보다 5만 가구 늘었다. 2006년 142만5000가구에 비하면 5년 새 20만 가구 넘게 증가했다. 특히 부자가정는 1995년 17만2398가구에서 2010년 34만7448가구로 15년간 배 이상(10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자가정 증가율 58.3%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전국의 모자가정 보호시설이 총 59곳인 데 반해 부자가정 보호시설은 지난 2007년 문을 연 인천 수산동 ‘아담채 집’이 유일하다. 이 시설에서는 저소득 부자가정이 3년 동안 무료로 거주할 수 있다. 생계비는 물론 자립지원을 위해 세대별로 학자금도 지급되고, 취업 알선도 해준다. 방과후교실에서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분기별로 문화공연 관람, 생일파티도 연다. 하지만 현재 20가구 정원이 모두 찼다.

보호시설이 없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때문이다. 한부모가족 보호시설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이용해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태다. 아담채 집 박은성 원장은 “지원되는 예산은 전기요금이나 수도료 등 공공요금에 한정돼 나머지는 법인 지원금이나 후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자녀교육이나 자립지원 프로그램 등에 더 투자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싱글대디만을 위한 문화공간도 부족하다. 3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 임모(34)씨는 지난 26일 모처럼 딸과 영화를 보고 싶어 롯데시네마에서 진행 중인 ‘엄마랑 아가랑’ 이벤트에 참가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을 위한 이벤트로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좌석이 제공되고, 가격도 할인된다. 임씨는 “극장에 갔는데 95% 이상은 엄마와 아이들이어서 불편했다”며 “아이와 아빠만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