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러시앤캐시 배구판 폭풍… 아산시 전폭후원 통했다
입력 2012-12-28 18:57
모기업이 없는 팀. 개막 후 8연패에 빠졌던 러시앤캐시가 불과 보름만에 프로배구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8일 ‘꼴찌 라이벌’로 예상되던 KEPCO에게 첫 승을 거둔 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삼성화재 등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하며 벌써 5승째를 올렸다. 이제 LIG손해보험만 꺾으면 김호철 감독의 희망대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시즌부터 모기업이 없어 한국배구연맹(KOVO)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당연히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타 구단에 비해 열악할 터. 인하대 코트를 빌려썼지만 오롯이 자신들의 전용 연습장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홈코트인 장충체육관의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경기장마저 새로 찾아야 했다.
러시앤캐시가 17억원에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해 팀 운영비는 해결됐지만 시즌을 앞두고 지휘방법 등을 문제삼아 박희상 감독이 쫓기듯 물러났다.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이 긴급 투입됐어도 팀은 어수선하기만 했다. 초반 연패의 이유였다. 하지만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위기는 기회를 잉태하고 있었다.
충남 아산시가 러시앤캐시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인근 천안시가 현대캐피탈 배구단으로 인해 배구도시로 거듭난 것에 자극 받은 것처럼 보였다.
사실 양 도시는 수년전 KTX역사명을 둘러싸고 2년간 감정대립을 벌일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아산시는 러시앤캐시에 이순신체육관 무상임대에다 지원금 5억원을 안겼다. 하지만 선수단의 투쟁심에 결정적인 불을 당긴 것은 바로 아산시민이었다. 매 경기마다 이순신체육관 수용규모(3000석)를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타 구장 평균관중(2200명)보다 많았다. 아산시는 이전부터 생활체육으로 치러지는 9인제 배구에서 충남도내 단골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배구 저변이 넓은 도시였다.
매 경기를 관전한다는 복기왕 아산 시장은 “30만 시민들이 즐기고, 구심점이 될 만한 문화 컨텐츠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프로배구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과의 라이벌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듯 러시앤캐시는 2, 3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과 풀세트 접전 끝에 모두 승리를 거뒀다. 전통의 현대캐피탈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천안-아산간의 ‘시내버스 시리즈’는 새로운 라이벌 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당초 1년 기한의 연고지 협약에도 불구, 아산시는 농심·신도리코·귀뚜라미보일러·경동보일러 등 아산 연고 기업들이 아예 러시앤캐시 배구단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운오리가 한 마리 백조가 돼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