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錢爭’… 원화절상폭 세계 최대 비상
입력 2012-12-28 18:45
일본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반면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일본 양적완화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돈을 무제한으로 풀겠다고 나선 만큼 엔화·원화 가치의 양극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수출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에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이후 이달 27일까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78.3엔에서 85.6엔으로 9.25% 올랐다. 세계 주요국 화폐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유럽연합(EU) 단일화폐인 유로가 5.15% 올랐고 뉴질랜드 달러(2.30%), 영국 파운드(1.66%), 인도네시아 루피아(1.28%) 등 순으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당 원화 환율은 1131.0원에서 1072.2원으로 5.20%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원화에 이어 덴마크 크로네(-4.80%), 스위스 프랑(-4.34%), 노르웨이 크로네(-3.57%), 싱가포르 달러(-1.99%) 등 순으로 환율 하락 폭이 컸다.
한·일 양국의 환율 변동 추세가 극과 극을 달린 것은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자산매입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9월 10조엔, 10월 11조엔, 12월 10조엔 등 넉 달 만에 31조엔을 시중에 풀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9엔 더 오른 86.5엔으로 거래됐다. 2010년 8월 3일(86.6엔) 이후 2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77.2엔과 비교하면 1년간 11.9%나 뛰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55.8원에서 1070.6원으로 8.0% 하락했다.
엔화 약세는 내년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가 현재 0% 안팎인 물가인상률을 2%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많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일 때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뛰면 한국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1.6%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폐장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절상이 올해의 키워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계속돼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