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사역연구소 대표 이유정 목사 “찬양사역, 젊은이들의 교회 부흥운동이었다”

입력 2012-12-28 18:16


2012년이 가기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었다. 주찬양, 두란노경배와찬양, 임마누엘화요모임, 다드림찬양모임, 대구찬미목요모임 등 1987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한국교회 찬양운동 25주년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 당시 찬양의 열기는 폭발적이었다. ‘그 이름’ ‘예수 사랑해요’ ‘다 와서 찬양해’ ‘오직 주만이’ 등의 찬양은 지금까지도 성도들 사이에서 많이 불리고 있다. 하지만 교회사적으로 이런 찬양운동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예배찬양 사역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이들 사역자가 올해를 그냥 보낼 수 없어 만났다. 예배사역연구소 주최로 강명식 고형원 민호기 심종호 심형진 박정관 박철순 양희송 천관웅 등 사역자들이 모여 지난 3일 ‘예배찬양 25년, 그 미완의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행사를 주관한 예배사역연구소 대표 이유정 목사를 27일 만나 이들 사역자가 밝힌 25년간의 찬양운동 결실 및 과제들을 들어봤다. 이 목사 역시 찬양사역 1세대로서 남성 듀오 ‘좋은씨앗’으로 활동 중이다.

◇예배 갱신운동이었다=사역자들은 찬양운동에 대해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헌신한 청년 부흥운동이요, 한국교회 예배를 회복하고 예배 형식의 변화를 가져온 예배 갱신운동”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당시 찬양운동을 이끌었던 세대는 젊은이였다. 이 목사는 “80∼90년대 찬양운동은 교회 역사상 부흥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젊은이가 주도했다는 것과 새로운 찬양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이때 헌신한 수천,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지금까지 한국교회 예배의 현장에서, 목회, 선교지 등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임에서 사역자들은 찬양운동에 대한 평가만 얘기하지 않았다. 자기반성과 고백도 있었다. 예수전도단 예배 인도자 심형진 간사는 “찬양과 경배운동은 예수전도단이나 두란노경배와찬양처럼 선교단체인 ‘패러처치’에서 시작됐다”며 “여기서 헌신한 워십 리더들이 지역 교회인 ‘로컬처치’로 들어가 찬양예배를 시도하는데, 그 과정에서 교회 리더들과 예상치 못한 마찰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선교 동원적 성격의 패러처치 예배영성이 모이는 교회로서의 예배, 훈련, 봉사, 교제 등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지역교회의 예배 영성과 틈이 생기면서 갈등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뉴사운드교회를 개척한 천관웅 목사는 한국교회 찬양 사역과 예배 사역의 실질적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2000년대 수천명의 청소년, 젊은이들이 몰렸던 디사이플스의 목요찬양 집회를 뒤로 하고 교회를 개척한 천 목사는 “패러처치 예배운동이 갖는 허약한 공동체성, 즉 집회가 끝나면 세상으로 돌아간 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패배하고 무력감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다가가는 사역, 목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미완의 과제를 풀어라=이 목사는 “찬양운동이 한반도를 뒤덮은 지 4반세기가 흘렀고 교회마다 찬양 사역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교회에서는 준비 찬양 정도에 머물러 아쉽다”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찬양운동이 한국교회 성장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말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역자들은 워십 리더의 영성과 목회적 자질, 음악과 예술의 깊이, 예배 본질과 예전의 현대적 적용, 신학적 이슈 등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들을 풀어갈까.

이 목사는 “예배 찬양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며 “다윗의 찬양은 하나님만 높이는 차원을 넘어 시대악에 대한 부르짖음, 탄원, 고통, 슬픔과 좌절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묻어있다”고 말했다. 찬양 사역자들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찬양과 예배 사역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데 적극 공감했다.

또한 “제자훈련만 하지 말고 왕 같은 제사장인 회중에게 예배를 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배의 관객은 하나님인데 회중이 그 관객의 위치에서 설교가 어떻고 찬양이 어떻다를 평가합니다. 예배의 선수는 회중이고, 예배 인도자는 선수가 아닌 코치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찬 참된 예배로의 회복이 가능합니다.”

한편 예배사역연구소는 내년 3월 ‘예배목사 아카데미’를 개강한다. 지역교회에서 찬양팀, 성가대는 물론 예배 전체를 목회·신학·예전·문화·실천적 관점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사역자들을 양성한다(0505-945-6789).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