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회학교 교사 37% “사람과의 관계 가장 힘들다”… 설문조사를 통해 본 ‘아픔·좌절·희망’

입력 2012-12-28 18:06


이젠 ‘교회학교’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러나 평가와 시험 등 경쟁에만 초점이 맞춰진 제도권 교육만으로는 백년의 계획을 도모하기 이미 어려워졌다. 성취만을 강요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틈바구니 속에서 교회교육을 통해 희망을 살펴보면 어떨까. 교회교육이 전부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성경을 통해 세상 교육의 미비점을 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 가닥 대안은 될 수 있다.

교회교육의 성과는 교회학교에 달려 있다. 교회학교는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 학생들을 양육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교회학교의 주체인 교사들은 교회학교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눈을 통해 교회학교의 실태를 진단해 봄으로써 단기적으로는 교회학교의 개선점을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향후 교회학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정립해 볼 수 있다.

백석대 교목인 한만오 교수(기독교학부)는 교회학교 교사들의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하나님의 쪽지’란 책을 출간했다. 한 교수가 지난 8월 말에서 9월 말까지 전국의 교회학교 교사(1000명 중 634명 응답)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이 책은 교회학교 교사들의 아픔과 좌절, 희망과 기대, 교회학교의 실태와 대안 등이 오롯이 녹아 있다.

한 교수는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교회학교 교사의 위대성과 하나님의 격려의 메시지(쪽지)를 주고 싶었다”며 “또 설문조사 결과가 한국교회와 교회학교의 성장에 도움이 됐으면 해서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학교 교사들은 강한 사명감을 갖고 교육 사역에 동참하고 있으나 교회학교 구성원들과의 인간적 관계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어떤 마음으로 교회학교 교사직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4.7%가 ‘사명감을 갖고 매우 기쁘게’라고 대답했다. 또 ‘교회에서 봉사생활을 해야 하니까’라는 대답은 17.7%여서 설문에 응한 교사들의 3분의 2 정도는 ‘사명과 봉사’로 교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교회학교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이 뜨겁다는 것을 의미했다.

‘학생들을 위해 한 주간 얼마나 기도하느냐’는 질문에는 30분 정도가 34.5%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정도가 30.3%로 뒤를 이었다. 한 교수는 교사들의 기도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도는 성령님의 가르침을 알게 해준다”며 “그래서 기도로 가르치면 아이들은 반드시 변하고 이것이 곧 성경적 교육 원리”라고 역설했다.

‘교회학교 교사가 아파하는 이유는’이란 물음에는 가장 많은 비율인 37.1%가 ‘관계(학생, 동료 교사들, 부모)가 좋지 않을 때’를 꼽았고 이어 ‘학생의 변화나 사역의 열매가 없을 때’(26.7%), ‘과중한 교회사역으로 인해 탈진했을 때’(22.2%) 순으로 응답했다.

교사들은 또 ‘내가 가르친 학생의 변화가 없을 때’(23.3%), ‘교회에서 교회학교나 교사에 대한 무관심, 지원이 없을 때’(18.0%), ‘내가 가르치는 반이 부흥되지 않을 때’(12.6%) 그만두고 싶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그러나 교사들의 좌절을 단순히 좌절 그 자체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더 성취하고 싶은 마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에 절망도 그만큼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학교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사명감도 강하기 때문에 이를 서로 보완해주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교사도 리더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영적 리더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적 리더는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따르는 사람, 인격을 갖춘 사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사람,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교회학교 교사는 하나님의 위대한 사명을 위임받은 사람이므로 위대한 리더라고 언급했다. 이는 교사의 사명이자 특권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변화를 일으켜 학생들을 위대한 리더로 만들어 내므로 사실상 가장 위대한 리더”라며 “그러므로 교회학교 교사는 사람의 칭찬과 격려를 바라지 말고, 하나님의 칭찬과 격려를 사모하며 이를 하늘의 사명으로 알고 기쁨으로 일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