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행복하셨습니까?] 강릉 ‘행복이네’ 이야기… “가슴으로 낳은 8명의 자녀들과 행복도 8배로”
입력 2012-12-28 18:05
강원도 강릉에 사는 김상훈(54) 목사와 윤정희(49) 사모는 최근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입양했다. 아이의 이름은 ‘행복’이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불행한 아이가 가족을 만나 행복이가 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2000년 첫째 하은이의 입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명의 아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막내를 제외한 7명의 자녀 모두에게 크고 작은 장애가 있다. 하은이가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미국의 크리스천 학교에 유학을 떠나 강릉중앙감리교회 부교역자 사택에 마련된 행복이 집에는 9명이 살고 있다.
외부인이 생각하기에 너무나 부산스러울 것 같은 이 가족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부방’으로 삼고 있는 방에는 부부뿐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6명의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족은 거실에서 모두 함께 잔다. 분명 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 큰 슬픔이 있었을 터인데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다.
“행복은 절대로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에요.” 김 목사의 말이다.
부부는 입양기관에서 “이 아이를 돌볼 사람은 목사님 부부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면 두말하지 않았다. 아이를 데려오기 전에 얼굴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이 아이가 바로 주님이 주신 우리 아이”라며 데려왔다.
부부에게는 지금 콩팥이 한 개씩밖에 없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두 생면부지의 환자들에게 기증했다. 이들에게 사랑은 추상적 명사가 아니라 생생한 동사다. 많은 아이들을 입양한 사실도 대단한 일이지만 아이들 모두가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통해서 사랑의 숭고한 힘을 발견하게 된다. 한두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아등바등하는 우리네 입장에선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목회하기 전 김 목사는 연봉 1억이 넘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부부는 자신들의 ‘누림’을 모두 내려놓고 섬김의 삶을 선택했다. 윤 사모가 말했다.
“과거에는 몇 십만 원짜리 옷을 입어도 만족할 줄 몰랐지요. 그러나 5000원짜리 옷을 입는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를 잠시 맡아 키운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한번 과감하게 비우고 나눠보세요. 일단 사랑을 실천해 보세요. 그러면 행복해 질 겁니다.”
이들 부부는 내년 1월 파양(입양되었다가 다시 친자관계가 해소된 것)된 9살 난 아이를 입양한다. 9명째다. 윤 사모는 더 나이 들기 전에 하나님과 약속한 10명을 가슴으로 낳겠다고 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강릉의 행복이 집을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환경을 뛰어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릉=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