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행복하셨습니까?] 박성민 목사의 ‘바누아투’에서 행복찾기

입력 2012-12-28 17:59


‘행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국민행복시대’를 말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우리 사회가 그리 행복하지 못한 방증이며 행복을 향한 갈증과 배고픔의 발현일 것이다. 행복하고 싶으나 행복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에 대한 답은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선교의 일환으로 방문했던 ‘행복의 섬’이라 불리는 바누아투 방문기에서 시작해 본다.

남태평양 호주 동북쪽에 위치한 섬나라 바누아투! 최근 행복지수 1위 나라로 소개된 이곳은 1인당 GDP가 3000달러 정도이며, 24만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조그만 국가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사실 자체로 흥미를 끄는 나라다. 막상 바누아투를 방문하면 낙후된 사회 기반시설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다. 거기에 더해 터무니없이 높은 공산품 값, 극성스러운 좀도둑과 강도, 결코 낮지 않은 생활비 등의 현실은 ‘도대체 왜 이곳이 행복의 섬일까’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심지어 수도인 포트 빌라의 많은 빈민들은 나무뿌리 즙으로 만드는 술의 일종인 카바(Kava)라는 마취성 음료를 마시며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는 설명에 의문은 극대화된다. 겉으로 보기에 바누아투는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다른 나라보다 더 못한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록 파라다이스는 아닐지라도 ‘행복의 가식 없는 쌩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곳의 USP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조금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끈끈한 공동체적 관계가 그들의 중요한 가치관임을 발견했다. 가족 또는 공동체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그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알게 됐다. 손님을 위해 밤새 손수 정성껏 전통 가방을 만들어 선물하는 한 나이 든 어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좁은 집에 3대가 함께 살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방문객들에게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

‘행복의 섬’에서 만난 행복한 이들은 행복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다. ‘성공하면 행복해진다’와 ‘주위 환경이나 상황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뒤바꿔놓는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알려진 하버드대 학생들은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하버드대에서 행복학을 가르치는 숀 아처라는 교수가 ‘행복의 특권’에서 말하듯 5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경험할 정도로 불행하다고 한다. 하버드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상위 1%에 들었던 무리들 중 99%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불행한 이유다. 이들에게 행복학이란 과목이 지난 10년간 최고 인기 강의인 것이 놀랍지 않다.

행복학은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결과의 핵심은 ‘행복의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인지적 구두쇠 효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100개의 정보에 노출됐을 때 단 한 개의 정보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각자의 태도에 근거해 한 가지만이 선택되고 나머지는 뇌 속 스팸 필터에 의해 걸러져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이 택하고 싶은 한 가지를 가지고 스스로 행복한가, 또는 불행한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 이유다. 긍정적 태도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기에 잠언 4장 23절의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더 네 마음을 지키라”는 말씀은 심리학 이전에 우리를 만드신 이가 가르쳐주시는 ‘행복창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바누아투에서 확인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사회적 관계와 행복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행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로 그 비결이다.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을 통해 알려진 하버드대 인생성장 연구도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세상에서 우리들에게 인간관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하버드대에서도 친밀한 사회적 교류를 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외롭게 홀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학업 성적이 높다는 결과를 얻는다고 한다. ‘행복하면 성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 행복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해 본다. 로버트 에몬스는 “행복하기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에 행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믿는 자들은 한 해를 돌아보며 더욱 ‘믿음으로’ 감사하길 바란다. 행복이 밀려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은 행복하실 수 있겠어요?”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 본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은 행복하기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에 행복한 존재”라고 말한다. 플라시보적 생각이나 근거 없는 자기 암시를 도모하자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훨씬 못한 나라 바누아투 사람들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냈고 그 속에서 웃는 법을 배웠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성경에서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한 것은 어쩌면 나의 참된 행복을 가르쳐주는 신비한 비결이 아닐까. 2013년에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면 이웃을 사랑하자, 웃자, 그리고 감사하자. 그러고도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바누아투를 한번쯤 방문해 보면 어떨까.

(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