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光化門’ 현판 제대로 만들 일만 남았다

입력 2012-12-28 18:18

광화문 현판 글씨 문제를 논의한 문화재위원회가 경복궁 중건 당시 임태영의 한자 현판 ‘光化門’으로 27일 결정했다. 갈라진 현판을 다시 제작하되 모양은 지금 있는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자로 하되 새 글씨로 바꾸어야 한다든지, 아예 한글로 교체하자는 주장 모두 일축한 것이다. 이로써 2010년 11월 현판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 공방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광화문 현판 논란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남긴 교훈은 편향되고 정제되지 않은 여론의 위험성이다. 그해 8월에 내건 광화문 편액이 3개월 만에 갈라진 것은 제작상의 문제임이 분명하고, 그것을 바로잡으면 해결되는 일인데도 글자체 논란으로 번진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2005년 광화문을 복원할 때 문화재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번복할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이 현판을 교체할 여지가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훈민정음체니, 정조체니, 한석봉체와 같은 모델이 쏟아졌다. 이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여론을 수렴한다며 설문조사를 하고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일반인은 한글 현판을 선호했고, 전문가들은 문화재복원 정신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들끼리 격한 대립상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문화재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었다. 광화문 현판은 경복궁 복원이라는 전체 틀에서 제작되어야 하며, 현판 또한 중건 당시의 환경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아쉽겠지만 전통문화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기관의 결정인 만큼 존중해야 한다.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은 광화문 현판 말고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현판이 졸속 제작되는 과오를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힘과 정성을 모아 내년 상반기에 멋진 현판을 새로 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