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발전소의 재발견] 무공해라 좋고 돈 벌어 장학사업하니… 더 따뜻!
입력 2012-12-28 18:29
시민햇빛발전소 전국 확산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소에 투자해 지구 환경도 살리고 덤으로 수익도 얻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대표주자인 햇빛(태양광)발전소에 주주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햇빛발전소는 청정에너지원인 햇빛을 이용하는 데다 설치가 간단하고 관리비도 거의 들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기 좋은 발전소다. 이런 시민햇빛발전소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지속가능한 환경운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설가이자 인문학자인 이용범(51·경기도 시흥시 은행동)씨는 시흥시민햇빛발전소의 주주다. 지난해 10월 환경운동단체인 시흥의제21실천협의회 등이 주도해 만든 ㈜시흥시민햇빛발전이 발전소 건립 자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주주가 됐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과 한순간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자력발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햇빛발전소 건립 제안에 솔깃했었다.
이 발전소는 주주 모집 한 달여 만에 시흥시청 별관 4층 옥상에 자리를 틀었다.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 회원, 공무원 등 67명이 10만∼2000만원씩 투자한 결과물이다. 초기에는 주주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9600만원을 거뜬히 채웠다.
시청 옥상의 여유 공간 172㎡에 세워진 발전소의 용량은 도시 4인 가족 1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0㎾급이다. 1장당 250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전지판(모듈) 120장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완공과 함께 바로 발전을 시작해 1년 만에 3만8000여㎾h 전기를 생산했다. 1㎾h는 1㎾의 전력을 1시간 동안 제공하거나 소비했을 때의 전력량이다. 땅바닥에 있는 소형차를 에펠탑 꼭대기까지 맨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다.
시흥시민햇빛발전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에 ㎾h당 330원에 판매하고, 별도로 한전으로부터 전기 원가에 해당하는 금액(㎾h당 140원)을 받아 모두 1800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옥상 임대료 등 관리비용을 제외하면 순수익이 1300여만원이다. 남부발전과 12년간 장기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시흥시민햇빛발전은 내년 초 주주총회를 거쳐 순수익 3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70%는 복지재단에 저소득계층 청소년 장학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이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체험 및 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 한해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관계자, 청소년, 일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햇빛발전에 공감하고 발전소 건립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시흥의제21 강석환(46) 사무국장은 “발전소 건립 전에는 잘될까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계획대로 전기가 잘 생산되고 예상했던 수익도 발생하면서 의구심이 사라졌다”며 “내년에 2호 햇빛발전소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시민햇빛발전소가 처음 문을 연 곳은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이다. 30가구에 인구 60명 남짓한 이 마을에 부안시민발전소가 2005년 9월 3㎾급 발전소를 설치한 게 첫 사례다. 이어 3㎾·5㎾·10㎾급 발전소들이 속속 세워져 현재 등용마을 일대에는 햇빛발전소 7기(용량 합계 44㎾)가 가동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가정용 전기 사용량의 70%를 직접 생산하는 전기로 충당하고 있다.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46) 소장은 “햇빛발전소 운영에 만족하지 않고 주민 교육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등 에너지 자립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도 부산민주공원과 부산환경공단 본관 옥상, 온천천 옥상 등 3곳에 시민 주도로 건립돼 운영되는 햇빛발전소가 있다.
서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기관이나 초·중·고교 건물 옥상 등에 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 노원구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구청 옥상에 30㎾급 발전소 건설에 나선 상태다.
경남지역에서도 내년에 50㎾용량 햇빛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안산지역에선 조합을 결성해 출자금이 모이는 대로 30㎾급 햇빛발전소를 짓는다. 이 밖에도 경기도 수원·고양·부천·성남시, 인천, 울산, 충남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햇빛발전소를 추진 중인 각 지역 주체들은 지난달 19일 안산시청에서 정책간담회를 갖고 발전소 건립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 부활, 공공기관 건물 옥상임대료 대폭 인하 등 정부나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국햇빛발전네트워크 간사인 윤성웅(36)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기획팀장은 “시민햇빛발전소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와 교육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