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저축하는 ‘노숙인 저축왕’ 70명 선발
입력 2012-12-27 20:24
“제가 신용회복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새해부터는 새로운 목표를 꿈꿀 수 있게 됐네요.”
서울 용답동 아름다운가게 생산센터에서 일하는 정진우(가명·35)씨는 27일 “무언가 하나씩 이뤄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이날 ‘2012 서울시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정됐다.
정씨는 1년반 동안 월급 90여만원 중 80만원을 저축 및 신용회복에 써 지금까지 1200만원을 모았다. 그는 “이제 일터에서 인정받아 정규직이 되는 것과 임대주택을 얻어 자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씨는 누구보다 험난한 청년기를 보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자란 정씨는 1996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폐기종 진단을 받았다. 등록금 대출에 수술비 대출까지 더해지면서 빚이 7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9년 할머니까지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살을 시도해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지난해 4월 복지시설에 들어왔고, 한 달 후 일자리를 얻어 저축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시는 정씨 등 노숙인 70명을 저축왕으로 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선발된 노숙인들은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5억3000만원을 벌어 이 가운데 3억6000만원을 저축했다. 1인당 평균 771만원을 벌어 516만원을 저축한 셈이다.
선발된 노숙인 전원은 내년 하반기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 대상자로 추천된다. 시가 2008년부터 해 온 노숙인 저축왕 선발사업은 복지시설에 사는 노숙인에게 실질적인 자립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