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수상택시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12-12-27 19:52
‘저렴한 요금’과 ‘한강을 이용한 빠른 이동’을 내세워 홍보했던 서울시의 소형택시와 수상택시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탁상행정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놓은 제도를 시행해보니 사업성이 떨어지고 적자에 허덕이자 업주들이 사업포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시작한 서울시 소형택시는 기본요금(2㎞까지)이 2100원으로 2400원인 기존 중형택시보다 10%가량 저렴하다. 기본요금 이후 주행요금과 시간요금도 중형택시보다 싸다. 당시 서울시는 소형택시를 ‘서민의 발’이 될 것이라며 거창하게 홍보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소형택시는 곧 도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운 채 실제 운영자의 수익구조나 사납금 관행 등 현실 여건을 따지지 않고 졸속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소형택시 회사 관계자는 27일 “요금이 낮아진 만큼 회사 수익도 줄어들어 적자만 쌓이고 있다”며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이 있는데도 서울시에서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무것도 없어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 7만2000여대 중 소형택시는 62대뿐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소형택시 사업을 79대로 시작하면서 향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1년 새 오히려 17대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택시회사와 기사들이 모두 기피하기 때문이다. 소형택시 운전사들은 사납금을 내려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정해진 금액을 채울 수 있다. 택시회사도 굳이 요금이 낮은 소형택시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소형택시는 1년에 1대 기준으로 5500ℓ의 LPG가스 절감효과와 환경보호,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행됐다. 승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회사와 택시기사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셈이다.
2007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수상택시도 승강장 건설 등 서울시의 지원금이 630여억원이나 들어갔지만 이용자가 급감했다.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고, 접근성과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관광용 수상택시도 배 한 척당 최초 30분에 7만원, 10분당 2만원으로 요금이 비싼 편이어서 이용객이 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수상택시 이용객 수는 2008년 4만1459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이달 27일 기준 9945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소형택시와 수상택시에 대한 시 차원의 지원 계획은 없다”며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