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시동]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 보니… FTA·북핵·외환위기 등 현안 논의
입력 2012-12-27 19:54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을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 회동은 대부분 선거 일주일 전후로 이뤄졌으며 현직 대통령이 주요 국정 과제를 인계하고 당선인의 노고를 위로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은 12월 28일 금요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정확히 5년 뒤 같은 날, 같은 요일에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만나는 셈이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 이 당선자 측에서 임태희 비서실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최대 화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이 당선인은 노 대통령의 FTA 체결에 “정말 잘하신 것 같다. 주도적으로 하신 일이기 때문에 퇴임 전에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이라크 파병 연장안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직접 마중을 나오는 등 시종일관 예의를 갖췄고, 이 당선인은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로 상석을 양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은 대선 나흘 뒤 12월 23일 오찬을 같이 했다. 배석자 없이 1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 북한 핵 문제와 북·미 관계 개선 등이 주된 화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참 연장자인 김 대통령이 노 당선인에게 청와대 엘리베이터 탑승을 먼저 권하며 깍듯한 예의를 보인 게 화제가 됐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였던 1997년 대선에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이 대선 이틀 뒤인 12월 20일 만났다. 1시간 정도 오찬으로 진행됐으며 IMF 협정 이행,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비롯한 6개항에 합의하는 등 중요한 결정이 나왔다. 현대 정치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회동 10일 뒤 다시 부부 동반으로 만났으며 김 당선인의 취임 때까지 매주 주례 회동을 하며 긴밀히 협력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