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시동] MB-朴당선인 무슨 얘기 나눌까… ‘박근혜 예산’ 협조 요청할 듯
입력 2012-12-27 19:55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회동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을 갖는다. 지난 9월 2일 박 당선인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가졌던 오찬 회동 이후 4개월 만이다.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선거 직후부터 긴밀하게 양쪽에서 논의돼 왔고, 두 분 각각의 일정을 감안해 28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경제상황을 포함해 통일 외교 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새 정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현직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고 치른 첫 번째 선거였다”며 “두 분이 만나서 나누는 주제 이외에도 만남 자체만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은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당부하고, 박 당선인은 정부에 차기 정부의 핵심 사업을 위한 ‘박근혜 예산’ 반영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순조로운 정권 인수를 위한 협조 요청 및 관련 논의가 대화 테이블에 오를 ‘메인 메뉴’가 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 측은 향후 인수위원은 물론 초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청와대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과제 중 차기 정부가 이어받길 바라는 사업을 언급할 수 있다. 취임 전까지 ‘로우 키(저강도) 모드’인 박 당선인이 청와대에 먼저 요구사항을 말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박 당선인으로서도 현 정부의 추진 과제들이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마무리해달라는 정도의 당부는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 특사 및 사면과 관련된 내용은 박 당선인 스타일상 대화 주제로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며 시작된 두 사람의 길고 긴 애증 관계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도 관심사다. 정권을 넘기고 이어받는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명실상부한 ‘국정 동반자’ 관계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성공한 보수 정권으로 기록되기 위해 앞으로도 신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