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부착대상 소급적용 ‘합헌’… 재범 우려 性범죄자 2114명 ‘족쇄’ 채울 길 열려

입력 2012-12-27 19:53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소급적용토록 한 법률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 적용이 보류된 성범죄자 2114명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헌재는 27일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 부칙 2조 1항에 대해 합헌 4명, 일부위헌 4명, 전부위헌 1명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결정 정족수는 6명이다.

헌재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성폭력 범죄자의 교정과 재범 방지를 도모하고 국민을 성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공익 목적의 보안처분”이라며 “형벌이 아니라 소급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전자발찌 부착명령으로 국민, 특히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공익이 매우 커 성범죄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2월까지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률이 1.97%로 매우 낮은 반면 같은 기간 부착명령 청구가 기각된 성범죄자 216명의 재범률은 21.8%(47명)”라며 “전자발찌 부착명령 소급적용이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강국·박한철·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형 집행 종료자에 대한 소급 적용에 대해, 송두환 재판관은 소급적용 전부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 결정으로 2008년 9월 1일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 1심 판결 선고자, 2010년 7월 17일 개정법률 시행 당시 출소 예정·임박한 자, 개정법률 시행 당시 출소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 대해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현재(1040명)보다 3.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부는 “전국 56개 보호관찰소 업무분장 방식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성범죄자 주거지 파악 등을 통해 부착명령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등 지도감독 공백을 최대한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발찌 소급적용 조항은 2010년 4월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입됐고 석 달 뒤 시행됐다. 그러나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같은 해 8월 ‘이중 처벌’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후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소급 부착명령 2785건 중 2114건(11월 말 현재)에 대한 결정이 미뤄졌다. 법원은 지금까지 436명에 대해서만 전자발찌 부착명령 소급적용을 허락했고 235명은 기각했다. 지난 8월 주점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도망가는 과정에서 난동을 부리며 인근 주민 1명을 살해한 강남진(39)도 전자발찌 소급적용이 보류된 사이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2005년 특수강간죄로 7년을 복역해 전자발찌 소급적용 청구 대상자였지만 법원은 강씨 출소 당시 착용 결정을 보류했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