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1차 인선] 역대 인수위원장 보면 집권구상 보인다
입력 2012-12-27 19:55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이다.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인사로 꼽힌다. 역대 인수위원장 인선을 살펴보면 당선인이 추구했던 집권 초기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17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까지 인수위원장 5명 가운데 정치인 출신은 3명, 학자 출신이 2명이다.
첫 인수위원장은 노태우 당선인 취임준비위원장인 고(故) 이춘구 전 국회부의장이었다. 하나회 멤버로 육군 준장 출신이었던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도 요직을 거쳤고, 5공과 6공을 이어주는 인물이었다. 이 전 부의장의 임명은 여전히 군사정권의 때를 벗지 못한 노태우 정권을 상징했다.
본격적인 인수위는 92년 김영삼(YS) 정권이 문민정부를 열면서 시작됐다. YS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선택했다. 문민정부 시대에 어울리는 명망 있는 학자를 내세워 개혁을 강조하는 등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정 전 총리의 전문성은 민주투사 이미지가 강했던 YS의 단점을 보완했다. 인수위원장을 제외한 인수위원은 대부분 현역 의원들로 채워졌다.
15대 김대중 정부 출범 때는 4선의 이종찬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당무위원이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DJP(김대중·김종필)연합’에 따른 권력분점을 조정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극복과 이를 위한 사회통합이 국정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이전 정부 인사들과도 말이 통하는 ‘화합형’이 필요했다. 그가 명망 있는 독립운동가의 손자라는 점은 김 당선인을 겨냥한 ‘색깔공세’를 차단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는 DJ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16대 노무현 정부에서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발탁됐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내세우며 인수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수위원을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들로 채웠다. 민주당 재야 출신 의원들의 맏형이었던 임 전 의장은 진보적 학자로 구성된 인수위에 정무적 감각과 안정감을 부여해줄 적임자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에게 인수위원장을 맡겼다. 직선제 4선의 대학총장으로서 탁월한 대학 경영능력을 보였다는 게 낙점 배경이었다. MB정부가 국정 기조로 내세운 ‘실용주의’와 ‘전문성 우선’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영어 몰입 교육을 강조하면서 ‘오렌지(어륀지) 발언’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요직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