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외교·경제] 일본 아베 정권 군국주의 노골화

입력 2012-12-27 19:44

출범하자마자 우익본색(右翼本色)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국,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성노예로 비판받고 있는 위안부의 강제동원 실체도 부정할 뜻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검토, 이를 뒷받침하는 안전보장회의(NSC) 설치 추진 등 군국주의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위안부 강제 동원 부정?=정부 대변인으로 아베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7일 고노 담화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학자나 전문가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수정) 검토를 거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에 대한 직접 수정 언급은 없었지만 수정 가능성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자민당은 총선 공약으로 종군 위안부 문제에 새로운 기관의 연구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즉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 한·중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우선 민간 차원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부각시키고 이후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다행스런 제스처다. 아베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 고노와 무라야마 담화가 ‘자학(自虐)사관’에 기초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수정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본 내 반발과 함께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 추진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5년 전 아베 총리는 “위안부 연행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언급했다가 미국 하원과 유럽 의회가 위안부 문제를 ‘20세기 최악의 인신매매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었다.

고노 담화를 이끌었던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도 지난 8일 “고노 담화를 번복하면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로부터 인권의식을 의심받아 일본 신용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추진=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본격 추진 검토도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1차 내각 당시 설치했던 ‘전문가 간담회’가 제시한 유형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5월 야나이 순지 전 주미대사를 비롯해 민간인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던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4가지 유형으로 제시했었다. 공해상에서 공격받은 미국 함선의 방위,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의 요격,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무기 수송과 같은 타국 부대에 대한 후방지원 확대 등이다.

또 총리 직속의 일본판 NSC 설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에게 2010년 말 결정된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과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맞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자위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방위대강은 2011년도부터 10년간의 국방 전략을, 중기계획은 5년간의 계획을 담은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