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방] 새누리 ‘윤창중 구하기’ 총력전

입력 2012-12-27 19:40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인 윤창중 수석대변인 감싸기에 나섰다. 인선 첫날 윤봉길 의사를 ‘할아버지’로 언급하며 극우 논객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를 위해 “윤 의사의 자손이 맞다”는 자료까지 냈다. 민주통합당은 박 당선인이 인선 철회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 대변인에게 직접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변인 임명에 대해 고언을 해주셨지만 우리 당선인의 첫 인사에 여러 뜻이 함축돼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는 논객 입장에 충실한 진영 논리를 펴왔지만, 앞으로는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전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로 이후 중도·진보 진영에 대한 당선인의 선택 폭이 넓혀졌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대해 황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왜 우파를 썼느냐 하는데, 그럼 진보 진영 인사를 쓰면 또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럼 우리는 중도 인사만 써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직분에 충실하면 되지 어느 진영에 속했다고 그렇게 비판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윤 대변인 구하기’는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태경 의원실은 ‘윤 대변인, 파평 윤씨 34대손 윤봉길 의사 손자 맞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원이 아니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렇다고 손자 자격이 박탈되느냐”고 했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지명된 윤 의사 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의 부탁으로 자료를 내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임명 첫날 ‘언론인→공무원→논객’으로 변신하다 또다시 새 정부에 발을 담그게 된 이유로 “윤봉길 의사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 첫 번째 인선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했었다.

민주당은 거듭 재고를 요청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정치적 창녀 발언 등) 윤 대변인이 막말로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고 해도 이를 공직이란 자리로 보은해선 안 된다”며 “실패한 첫 인사로 5년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일본군 위안부는 부모가 딸을 판 것이지 일본군이 관여한 것이 아니다” 등의 막말을 한 극우 인사들을 대거 내각에 등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언급하며 “협력을 주장하면서 극우 인사를 내세우는 앞뒤 안 맞는 인사 방식이 박 당선인과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