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방] 여야 ‘박근혜 예산’ 기싸움… 12월 28일 처리 무산 가능성
입력 2012-12-27 19:39
여야는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27일까지도 ‘박근혜 예산’ 6조원 증액을 놓고 막판 대치를 지속했다. 28일 본회의 상정이 무산될 경우 새해 예산안 처리가 31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오전 9시30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 협의는 성과 없이 30분 만에 끝났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며 “부자감세 철회에 대한 기본적인 노력을 한 뒤 국채 발행을 하는 게 순서상 맞지, 온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국채 발행부터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고소득층 세(稅) 부담을 증가시키는 여러 가지 조치를 담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고소득층·대기업 증세를 한 상황에서 민주당 방안대로 증세 부담을 추가하면 기업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켜 내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재위 산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산 심의가 지연되는 데는 정부와 여당이 예산 삭감 및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해 의견 합의를 못 보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며 “정부·여당 간 합의안을 가져와야 야당이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예산 삭감과 국채 발행 규모를 모두 최소화하자는 데 반해 새누리당은 삭감 규모는 줄이더라도 국채 발행은 1조∼2조원가량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이 야당을 설득하기 전에 정부와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해 분명한 합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정부도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지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합의만 되면 정부와 동시에 조율하면 된다”고 정반대로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예산 6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 삭감안은 3조3000억원 정도이며, 1조원 정도 추가 삭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조3000억원이 확보되는 셈이어서 결국 1조70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재위 파행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해 새해 예산안의 28일 본회의 처리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또 공석인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새로 선출되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해 예산안 처리는 여야 간사단 합의 수준을 벗어났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여야 원대대표끼리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새해 예산안이 31일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자정을 약 30분 앞두고 가까스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여야는 19대 국회 들어서도 ‘예산안 늑장처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백민정 유동근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