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1차 인선] 김용준 인수위원장, 소아마비 딛고 헌재소장까지… 선대위장으로 정치 첫발

입력 2012-12-27 22:12


27일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김용준(74) 전 헌법재판소장은 법조인 출신 첫 인수위원장이다.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아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사법시험을 통과해 대법관, 헌재소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다. 대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 합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힘을 보탰다.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위원장은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고,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 19세이던 대학 3학년 때 고등고시(현 사법시험) 9회에 수석 합격했다. 60년 최연소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디딘 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8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지체장애인 출신 첫 대법관이었다.

그는 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병역 미필자 공직 추방’ 방침에 따라 법복을 벗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장애 때문에 군에 가지 못한 사실이 확인돼 법관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63년에는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반대 글을 쓴 이유로 구속된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하는 등 적지 않은 ‘소신 판결’로 후배 법관들의 사표로 인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94년 제2대 헌재소장으로 취임해 과외교습을 전면 금지한 ‘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군 전역자의 공무원 시험 가산점 제도 폐지, 동성동본 금혼 조항, 영화 사전검열, 5·18 광주특별법 사건 등을 심리했다.

정치와 인연이 없었지만 지난 10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과 함께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김 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당선인이 자신을 임명한 배경에 대해 “국정 운영 등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법치주의, 법에 의한 지배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인수위 시작부터 모든 것이 법에 의해서, 법에 의한 지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영입할 당시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국민일보 창간 독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