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골목상권 철수’ 빨라진다… 朴당선인 “자제” 거듭 강조 베이커리는 거의 사업 접어

입력 2012-12-27 21:5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기업의 서민업종 침범에 대해 강력한 규제 의지를 밝히면서 그동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어 온 재벌기업들이 해당 사업 철수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베이커리 등 골목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계의 질타를 받았던 대기업들이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며 정부 지원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과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벌 2, 3세들이 서민이 하고 있는 업종까지 뛰어들거나 땅,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재벌가의 골목상권 철수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재벌 2, 3세가 운영 중인 베이커리 업체는 대부분 철수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제일 먼저 호텔신라 자회사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뒤이어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경영하는 사내 매장 ‘오젠’ 철수를 발표했다. LG그룹도 창업주의 3남 구자학씨가 운영하는 ‘아워홈’의 순대 청국장 소매 사업을 접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이사도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매각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시작된 재벌기업들의 ‘도미노 철수’ 바람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은 여전히 중소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달로와요’ ‘베키아에누보’ 등을 여전히 시장에서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신세계SVN의 지분을 정리했을 뿐이다. 롯데그룹의 ‘크리스피 크림도넛’,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미스터도넛’, 애경그룹의 일식 브랜드 ‘잇푸도’ 등도 중소상권 침해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운영 중이다.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포숑’을 매각했지만 남편 양성욱씨가 설립한 물티슈 생리대 수입판매 업체 ‘브이앤라이프’는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기업이 하려는 사업을 뚜렷한 기준 없이 무조건 제한한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성장을 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