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5년 생존율 10년새 23%P 증가… 사회 복귀 도울 프로그램 급하다
입력 2012-12-27 19:23
경기도에 사는 정태만(67·가명)씨는 2004년 봄 식도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식도 일부를 잘라낸 뒤 끈질긴 항암치료 끝에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아직도 음식 삼키기가 힘겹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전국적 암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정씨처럼 암 선고 후 치료 중이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는 100만명에 가깝다. 국민 52명 중 한 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한정하면 14명당 1명이 암 환자로, 혹은 암 완치 경험자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암 경험자 100만명 시대 준비는?=암이 불치병이라는 등식이 깨진 건 좋은 소식이지만 ‘암 경험자 100만명’ 시대를 맞은 사회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실하다. 2008년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 4명 중 1명은 진단 1년 이내 실직했고 이 중 30%만 5년 내 직장에 복귀했다. 암과의 싸움에 이기고도 사회복귀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 경험자들이 겪을 건강상 후유증을 살피고 빠른 사회복귀를 도울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국립암센터에 ‘암 경험자 관리팀’(가칭)을 만들어 암 경험 환자의 건강상태, 고용상황, 소득변화, 가족관계변동 등을 추적키로 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암 경험자에게 어떤 복지 지원 및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찾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점점 오래 사는 암 환자들=27일 발표된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생존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2006∼2010년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64.1%)은 1993∼95년(41.2%)과 비교해 무려 22.9% 포인트나 증가했다. 10여년 만에 5년 이상 살아남는 암 환자가 10명 중 4명에서 6명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생존율이 99.8%로 높은 갑상선암을 제외하더라도 수치는 비슷하다. 2006∼2010년 생존율(57.9%)은 1993∼95년(40.3%)보다 17.6% 포인트 높다. 쉬운 암뿐만 아니라 어려운 암의 치료 성공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10년 이상 사는 비율 역시 38.1%(1993∼95년)에서 49.4%(2001∼2005년)로 단기간 내 11.3% 포인트 증가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5년 생존율 64.1%는 미국(65.4%), 캐나다(62%), 일본(54.3%)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