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외국선수 빠져도 걱정마”… GS칼텍스 토종 뭉쳐 단독2위

입력 2012-12-27 19:15

용병이 팀 공격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 프로배구에서 토종만으로 상위권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날개 한쪽이 고장난 새와 같기 때문이다.

초반 IBK기업은행과 선두를 다투던 GS칼텍스는 지난 4일 ‘돌아온 용병’ 베띠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복귀하는 6주간 여자부 판도에 대혼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베띠는 득점 랭킹 2위를 달리며 팀의 상승세를 사실상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GS칼텍스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이선구 감독은 베띠 자리에 신인 이소영(근영여고)을 투입했다. 비록 올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보통 2∼3년은 훈련해야 성인팀의 주전이 될 수 있는 게 현실. 이 감독으로서도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는 항상 준비된 자의 것. 이소영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6일 강호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프로 입문 최다인 23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승부가 갈린 5세트에서 공격성공률 55%로 팀내 최다인 6점을 올리기도 했다.

1m76으로 공격수로는 크지 않은 신장이나 팔이 길고 탄력이 좋아 1m80대 공격수 못지않은 위력이 있다. 그의 강점은 무엇보다 두둑한 배짱. 1990년대 국가대표 부동의 레프트 공격수였던 장윤희 해설위원은 “고교생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강심장의 소유자”라며 “앞으로 한국배구를 이끌 수비형 레프트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소영의 활약 외에 이숙자, 정대영, 한송이 등 팀의 고참들도 그 어느 해보다 끈질긴 응집력을 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끌고 있다. 런던올림픽 대표 한송이는 26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26점으로 용병급 활약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상대 용병 야나의 6연속 강타를 모두 걷어올리는 그물 수비도 되살아났다. 토종만으로도 GS칼텍스는 최근 3승2패의 호조로 단독 2위를 지키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