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12월 31일 디폴트 위험 직면”… 재정절벽 협상 지지부진
입력 2012-12-27 19:12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이 좀처럼 교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이 다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가 오는 31일 법정 상한선에 도달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한 특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이같이 전한 뒤 “특별조치가 없으면 미국 정부는 디폴트 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상태를 피하기 위해 2000억 달러의 여유자금을 마련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억 달러는 미 정부의 2개월치 운영자금이다. 가이트너는 그러나 “불확실한 세금과 재정 지출 문제 때문에 효과가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며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특별조치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의 법정 부채 상한선은 16조4000억 달러다. 재무부는 지난달 초 연방정부 부채가 16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미 한 차례 채권을 발행했다. 미국이 디폴트 위험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 의회는 지난해 8월 국가 디폴트 시한에 임박해 정부 부채 상한 증액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상황이 이런 데도 미 정치권의 재정절벽 협상은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특히 베이너 의장은 지난 20일 연소득 100만 달러 미만 가구의 세제 감면혜택을 연장하는 대체 법안 표결 처리를 자신하다 당내 지지도 얻지 못해 취소하는 망신을 당했다. 백악관은 ‘멍청한 짓’이라고 비난했고, 미 언론들은 베이너가 ‘정치적 절벽’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한 가닥 희망은 27일 오전 휴가에서 복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벌일 막바지 협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부터 양측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시도(one last shot)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정을 고려하면 모든 현안을 한꺼번에 타결하는 빅딜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눈앞의 세금 폭탄이라도 피해보자는 스몰딜 모색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민간업체들도 발 벗고 나섰다. 커피체인업체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DC의 120개 매장 직원들에게 커피 컵에 ‘단합하라(come together)’는 문구를 써넣으라고 지시했다. 이 캠페인은 정치권에 단합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