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교회를 뒤돌아보며] (하) 국민일보 종교국 해외출장 방담기-‘오지에서 한국교회 희망을 보다’

입력 2012-12-27 18:58


“오지 빈민들의 처절한 삶… 무거운 책임감 느껴”

“선교사들의 헌신과 눈물… 복음화 가능성 엿봐”


국민일보는 올 한해 월드비전, 굿피플, 기아대책 등 기독NGO와 중계충성교회, 구세군 해외봉사단, 월드디아코니아 등 교회 및 교계 단체들과 함께 세계 각국 오지와 긴급구호 현장을 다녀왔다. 출장국은 케냐, 콩고, 인도, 몽골, 캄보디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14개국에 달한다. 열악한 환경의 이들 국가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와 NGO 직원들은 한국교회의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기자들의 방담(放談)을 통해 취재후기를 들어봤다.

방담 참석자

종교부=김무정 부장

이지현·송세영·유영대 차장

박재찬·백상현·천지우·최승욱 기자

종교기획부=양민경 기자

사회부=강주화 기자


△백상현=탄자니아 식수사역을 취재하러 갔는데 9세 어린이가 커피색 흙탕물을 양동이에 담아 식수로 사용하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소똥 가득한 모래밭에서 힘겹게 양동이를 나르는 모습을 촬영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 카메라 셔터가 흔들렸어요.

△송세영=잠비아 룽가지역에도 오염된 물 때문에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경북 구미와 안동 지역 교회들이 도와서 새 우물을 12개 뚫었는데 주민들이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 마을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100여명의 학생들이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 노래 부르며 달려오는 장관이 연출됐습니다.

△최승욱=요르단 국경지역 시리아 난민촌은 낮에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 밤에는 뼈가 시릴 정도의 한기로 인해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난민들의 마음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틈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이지현=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캄보디아 떠떵틍아이 마을에 봉사단원들이 태양광 랜턴을 전달했어요. 랜턴을 하나씩 켜 들고 마을로 걸어 들어갈 땐 마치 우리가 어둠 속에 빛을 전달해주는 마음이었습니다. 복음이 이렇게 각 가정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최=저도 캄보디아에 다녀왔습니다. 깜퐁참 지역 의료선교 현장을 동행 취재했는데, 이곳은 도농간 의료, 문화, 교육 격차가 매우 커서 시골에서 의사를 만나려면 차로 1시간 넘게 나가야 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의료선교는 현지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유영대=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 근처 학교에서 복음가수 최인혁씨가 현지어로 ‘유 레이즈 미 업’을 부르자 학생들이 난리가 났어요. 동양인이 자기 나라 말로 노래하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강주화=34년 동안 케냐 등지에서 선교사와 선교물자를 무보수로 운반해온 미국인 경비행기 조종사를 잊을 수가 없어요. 기사를 써서 보내드렸더니 그분은 “한국인 선교사 일행을 만나면 늘 즐거운 일이 생긴다”고 답장해주셨어요.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서 참 귀한 교제인 것 같습니다.

△천지우=인도 아샤딥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극심한 생활고 속에 혼자서 네 자녀를 키운 현지 여성을 취재했는데 그녀의 둘째 아들을 제가 후원키로 했습니다.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후원을 결정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어요.

△박재찬=콩고 킨샤사 인근 빈민마을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그곳엔 수년 전부터 통일교 학교가 들어와 있더군요. 다른 이단 단체들도 콩고 곳곳에 터를 잡고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한국교회에서 이런 부분도 체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민경=스리랑카 비빌리에서 신문기자를 꿈꾸던 청년을 취재한 게 기억에 남네요. 그 청년은 월드비전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거쳐 일간지 인턴기자로 채용되자 “꿈조차 꿀 수 없던 일이었다”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김무정=몽골 아르항가이의 작은 마을을 찾았을 때 목젖이 두 개로 나눠져 목소리가 늘 갈라지는 것 때문에 놀림 받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동행한 목회자 한 분이 그 아이가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돕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줬습니다.

△박=콩고의 한 빈민마을 주민들은 마을 교회에서 목회하는 한국인 선교사만 보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존경을 표했어요. 매일 각 가정을 심방하면서 집안 사정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는 ‘섬김의 리더십’이 그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케냐 투르카나에서 임연심 선교사는 28년 동안 고아들을 돌보며 복음을 전하다 풍토병에 걸려 소천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독신으로 살면서 25개의 제자교회를 개척하고 48개 교회를 지원할 수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또 비행기 값을 아끼고 아이들 선물을 많이 싣고 가려고 나이로비에서 투르카나까지 자동차로 꼬박 이틀 동안 운전해서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최=캄보디아 왕립의대에서 사역 중인 김현태 선교사의 선교 방침은 시혜적 선교가 아니라 장차 지도층이 될 학생들 스스로가 예수의 마음으로 캄보디아 국민들을 섬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직한 해외 선교의 모델로 여겨집니다.

△백=선교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젊음과 시간, 재정을 현지인들을 위해 쏟아붓는 성육신적 사역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교계 안팎에서 ‘공격적 선교, 제국주의적 선교’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강=아프리카 복음화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보면서 오래전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기도했던 것을 지금 이렇게 아름답게 갚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내는 선교헌금이 소중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천=인도 아샤딥에 단 3명뿐인 현지인 목사들을 만난 게 기억에 남습니다. 포교가 자유롭지 못한 지역이라 그들은 첩보작전 하듯 목표지역을 치고 빠지는 식으로 선교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그들은 진정으로 한국교회를 부러워하고 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어 하더군요.

△양=오지 마을의 변화를 이끌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한 모든 후원자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라고 생각해요. 또 NGO 후원이라고 하면 아프리카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아 빈국들에도 후원자들이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유=후원자들의 관심은 자신이 낸 후원금의 사용 내역일 것입니다. 구호단체들은 사용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합니다.

△송=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현지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현지 지도자들 중에는 한국을 본받아 가난을 극복하고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경험과 지혜와 물질적인 것들을 나눠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NGO의 구호활동이 잘되고 있는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가볼 것을 제안하고 싶네요. 평생에 딱 한번이라도 계획을 잘 세워 단기봉사 형식으로 가보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요.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