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세 아이의 가르침

입력 2012-12-27 18:48


다양한 시상식들이 화려하게 연말을 장식하는 가운데 태평양 건너 지구 저편에서 특별한 시상식이 있었다. 미국 방송사 CNN이 주최하는 ‘영 원더스(Young Wonders)’의 시상식. 몸은 작지만 큰마음으로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세 아이가 주인공이다.

올 1월 하늘나라로 간 제시카 리스는 11세 때 뇌종양을 선고받았다. 병원을 오가며 힘들게 치료받던 제시카는 집에 갈 수 없는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을 보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제시카는 인형 스티커 미니카 등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골라 ‘기쁨 단지(JOY JAR)’에 가득 채워 병상의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치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잠시라도 아픔을 잊고 웃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제시카는 약 3000개의 기쁨 단지로 아이들을 웃게 해주었고 제시카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기쁨 단지는 계속되고 있다.

윌 로시(6)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것을 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한 사람을 보고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윌은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밥을 먹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레모네이드를 판매하고, 운동회 때 기업 후원을 받는 등 다양하고 재미난 활동을 통해 2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지역 푸드뱅크를 통해 약 7만5000명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카산드라 린은 4년 전인 10세 때 기름을 연료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환경 살리기와 불우이웃 돕기에 나섰다. 카산드라와 친구들은 지금까지 13만 갤런의 폐식용유를 모아 8만1000달러를 기부, 가정 210곳에 2만1000갤런의 바이오 연료를 지원했다. 카산드라의 프로젝트는 총 200만 파운드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는 성과를 내기도 했고, 작년 지역 의회에서 기업들의 폐식용유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령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

아픈 친구에게 웃음을, 배고픈 이에게 밥을, 추운 이웃을 따뜻하게. 아이의 눈으로 본 더불어 사는 길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명료하다. ‘내 것’에 묶여 있지 않으니 거칠 것이 없고 첫 마음 변치 않고 더 큰 뜻으로 이어진다. 선동하는 말도, 요란한 구호도 필요 없다. 진심, 마음이 있었고 그대로 행동했다.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이 따로 있을까. 세 아이가 보여준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고 행복한 세상 아닐까. 백 마디 말보다 힘 있는 가르침이다.

김희성 (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