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수위, 대통합 정신 살려 국정의 새 틀 짜야
입력 2012-12-27 18:46
월권·불통 경계해 정권 이양 잘 마무리 하기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인선 내용이 오늘 발표됐다. 정파를 떠나 두루 신망 받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인수위원장에 임명됐고, 부위원장을 맡은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3선 의원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당선인 대변인단 인선과 관련해 아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인수위 첫 인선은 무난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체장애라는 불리한 조건을 뚫고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간승리의 전형이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많이 불편하지만 19세에 고등고시(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최연소 판사로 임용됐고, 대법관을 거쳐 제2대 헌재소장을 지냈다. 그는 소신 판결로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던 인물이다. 헌재소장 시절에는 과외 금지, 동성동본 혼인 금지 등 기본권을 침해하던 사안들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판사 시절인 1963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가 구속된 송요찬 전 육참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 측은 김 위원장 인선 배경으로 법치와 사회 안전에 대한 당선인의 소신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법조인 출신의 전문성을 앞세웠지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인수위 내에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좋은 착안이다. 박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고 새 정부의 으뜸 과제로 제시했던 국민대통합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에 전남 순천 출신의 김경재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지역 갈등,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간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반값 등록금 공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을 청년특위 위원장에 발탁한 것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많은 표를 던진 20·30대를 껴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인선에 이어 조만간 각 분과 위원들이 선정되면 새해 초부터 본격적인 인수위 활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남은 인선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폭넓게 구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인수위원들도 박 당선인의 대통합 의지를 살려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짜야 할 것이다. 국민대통합이 구두선이 되지 않도록 국민 전체를 아우르고 미래세대가 제대로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를 바란다.
인수위 활동은 새 정부 5년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인수위 활동이 부실하고 잡음을 빚으면 고스란히 새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월권을 경계하고, 정부 내 특정 인맥과의 유착이나 소외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인수위는 무엇보다 소통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참신한 국정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지거나 설익은 구상을 내놓아 ‘불통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